“나를 키운 것은 팔할이 바람이었다”
서정주 시인의 친일 행적과 작품에 대한 분분한 평가를 차지하고, 저 시 구절을 보고 나는 적잖이 감동 받았다. 그래서 스무살이 넘어 법적으로 어른이 되었을 즈음부터 “나를 키운 것은 팔할이 바람이었다”는 말을 해 왔다.
여전히 그렇지만, 어릴 적 우리 부모님은 식료품 가게를 했다. 당연히 엄마는 바빴고, 동생은 손이 많이 갔으며, 나는 특별한 문제없이 혼자서 잘 크는 아이였다. 실제로 엄마가 “종종 너를 어떻게 키웠는지 생각나지 않는다”며, “알아서 잘 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우스개소리처럼, 입버릇처럼 줄곧 혼자 큰 듯이 말해왔다. 그리고 정말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고향을 떠나 홀로서기를 할 때, 처음 고지서를 받아보고 이리저리 월급에 따라 생활비를 맞춰볼 때 나는 결코 혼자 크지 않았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아이를 낳아 젖 먹이고, 기저귀를 갈고, 씻기고 하는 동안 홀로 크지 않았음을 절절하게 깨달았다.
누구나 홀로 세상과 마주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누구도 혼자인 사람은 없다. 혼자였다면 지금 홀로 있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소멸했을 것이다. 홀로는 존재하기 어렵고, 누군가의 희생과 돌봄이 절대적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져 온다. 그리고 나에게 세상을 향해 홀로 서게 도와야 할 존재가 있다는 것에 책임감도 막중해진다.
혼자이지 않다는 것, 그것을 깨닫는 것이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