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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의 서랍 Sep 24. 2020

속옷을 잘 버리시나요?

비워내기 어려운 것들과도 안녕




비우는, 비워내는 삶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해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는 미니멀라이프의 일환이라고도 할 수 있고, 순환가능 삶에 대한 갈망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6월 초 부산 여행을 다녀온 후로부터 먼저 집 안을 정리하기로 했다. 


우리집 짐 중 가장 많은 부피를 차지하고 있는 옷 부터 정리를 시작했다. 이미 4월 쯤 여름옷 겨울옷 봄옷 정리를 한 터라 그리 많지 않을 줄 알았던 옷 정리는 꽤 대작업이 되었다. 


살이 찌면서 입지 못하게된 남편의 와이셔츠, 자주 입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입을 것 같았던 새것 같은 자켓과 정장바지, 너무도 낡았지만 자꾸만 자주 입게 되는 속옷, 양말, 티셔츠, 선물 받았지만 내 취향이 아닌 옷가지, 한번의 세탁으로 못 입을 옷이 되어버린 원피스 등이 대상이었다. 40여점이 넘는 옷가지가 레이더망에 걸려 거실 한 가운데를 가득 메웠다. 먼저 더 입을 수 없을 것 같은 속옷들, 더 입을 수는 있겠지만 이제는 이별해야할 속옷들부터 버렸다. 


이 작업을 하면서 속옷은 거의 버리게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결혼을 하기 전 신혼집에 가져갈 짐을 챙길 때 한번, 그리고 2년 반만에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자는 결심을 한 이때에야 겨우 못 입을 속옷들을 버릴 수 있었다. 


해지고 뜯어지고, 후즐근해진 속옷들은 익숙한 탓인지 남이 보지 않는 것이라 그런지 계속 손이 갔다. 그래서 찜질방이나 병원, 헬스장에서 이내 챙피스러운 순간도 있었어서 그런 외출이 있는 날에는 속옷에 더욱 신경이 쓰였다. 버릴 속옷을 모두 추리고 남은 속옷의 수를 세어보니 9개 남짓 되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세탁을 하는 우리집 여건 상 적지도 많지도 않은 딱 맞는 수 였다. 그리고 이 마저도 일부는 곧 버려야지 하고 맘을 먹었다. 


순면의 속옷은 촉감이 좋았지만, 색이 바라고 늘어지기 일 수 여서 다음번 계절이 바뀔 때 새로 사고, 새로 사면 꼭 기존 것을 버리리라 하고 맘을 먹었다. 


다음으로 남편의 와이셔츠들은 더 입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나누어 더 입을 수 있는 것은 아빠와 남동생에게 주려고 따로 빼두었다. 

이 과정에서 남편과 작은 실랑이가 있었는데, 장인어른께 새 옷을 드려도 부족한데 어떻게 입었던 것을 드릴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남편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사위된 노릇에 어떻게 입던 옷을 물려줄 수 있겠냐마는, 우리집 내력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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