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에 떠나는 여행의 맛

준비 없이 떠나 좋더라

by 우주의 서랍

여행을 다니며 새로이 생긴 습관이 있다면 새벽에 일어나 그 도시를 산책하며 둘러보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이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토요일에 별다른 계획이나 근무가 없으면 당일날 입은 옷 그대로 퇴근길에 양양이나 전주로 향했다. 세면도구나 여벌옷도 챙기지 않는 채로 떠나는 1박 2일 여행에 익숙해지자 두세달에 한번이었던 지방 여행이 한달에 2번 꼴로 늘어났다. 야구 팬인 우리 부부는 야구를 보러 대구며, 대전이며, 멀게는 마산이며, 가깝게는 인천, 고척 경기장까지 차를 끌고 떠나거나 대관버스를 다른 팬들과 함께 타고 떠나기도 했다. 슬프게도 우리 부부가 원정경기를 보러가서 이겨보려 하면 팀은 늘 패배를 했다. 오죽하면 남편 친구들은 우리가 원정경기 구경을 간다고 하면 오늘도 지겠구나 라며 놀리곤했다. 더운날이든 추운날이든 날씨에 관계없이 우리는 그저 떠나고 싶어지면 별다른 계획 없이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숙소를 잡고 10시, 11시쯤 도착해 늦은 저녁을 먹었다. 전주에 가면 막걸리집에 들러 홍어삼합과 한상 가득한 안주와 막걸리를 실컷 먹었고, 양양에 가면 모듬회를 시켜 갖가지 해산물과 매운탕 그리고 소주를 마셨다. 바닷가 바로 앞인데도 우리는 바다보다는 회가 좋았다. 바다는 그저 거나하게 취해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코를 킁킁 거리며 짠내음을 맡아 만끽했다. 양양 주변은 바다가 보이는 숙소도 말도 안되는 싼 값에 묵을 수 있어 좋았다. 그다지 현대식이거나 세련된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저 조그만하게나마 바다만 보인다면야 더할나위없이 좋았다.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며 우리 부부는 숙소에 대한 기준도 제법 후해졌다. 어차피 하루 묵는데 그저 불편함만 없으면 싸구려 모텔도 좋았다. 당일 예약이 쉬워진 덕에 숙소 걱정없이 가격 부담없이 참 많이도 놀러 다니는 중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전주의 한 카페에 있다. 다소 날씨가 더운 7월 1일 오전 9시 58분. 아침이라 시원한 편이지만 오전 시간에도 제법 더운 편이다. 여행을 다니며 살고 싶은 도시가 많아졌다. 우리 부부에게 우리 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친숙한 도시가 바로 전주이다. 24살 여름 대학을 졸업하고 글을 써볼 요량으로 한달간 머물렀던 용천사를 뒤로하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처음으로 전주국제영화제를 보러 온 후로 남편이 막 입사한 해를 제외하고 매년 거의 빠짐없이 왔으니 올해로 벌써 11년 정도 되었다. 결혼한 후로는 3개월에 한번 꼴로는 내려와 막걸리와 순대국을 먹고, 남부시장 위 카페에서 한적하게 커피를 마시고는 한다. 객사 주변 거리에도 한옥카페 등 분위기 좋은 카페가 많이 생겨 영화제 기간도 영화와 영화 사이에 들러 기분 좋은 쉼을 경험했다. 다음 영화관을 찾아 걷다가 딸기 케이크가 그려진 작은 입간판에 끌려 오솔길 사이로 들어서니 생각지도 않았던 한옥 카페가 있었다. 흔치 않은 비엔나 커피를 메뉴판에서 발견하고 반가워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쐬며 창을 보니 작은 정원 넘어로 식물관처럼 창이 크고 하얀 카페의 또 다른 공간이 마주해 있었다. 테이블도 의자도 건물 외관도 모두 하얀 공간 안에서 미소가 예쁜 사람들이 서너 테이블 앉아 그림처럼 즐거워 하고 있었다. 그날의 햇볕과 공기, 비엔나 커피와 한옥 냄새가 너무 좋아 내려와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신혼여행지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놓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