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싸워보고 결혼해야 해

싸우지 않아 보고서는 모르는 것들

by 우주의 서랍



사랑이라는 감정은 참으로 놀라워서 시간이 변함에 따라 변화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것이 마치 희극이다가 비극이 되는 변화와는 다른 것이다. 뜨거운 물이 찬물이 되어가는 과정과는 다른 것 같다.

은근한 단맛에 살짝 짭짤해지기도 하고, 새콤해지기도 하고 텁텁해지기도, 고소해지기도 하는 오묘한 경험이랄까.

어떠한 강도로만 이야기할 수가 없이 그냥 변화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나라는 사람도 성장하는 과정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그때그때 다른 얼굴을 하고 목소리가 변하고 취향이나 지식이나 말투와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달라지지만 나는 나인 것처럼, 사랑도 사랑이다. 달리 설명할 방도는 없다.


기분이 이유 없이 좋은 날이 있고, 한없이 우울하기만 하고 지치는 날이 있는 것처럼, 사랑도 때로는 넘어질 때도 주저앉을 때도 있고, 구름 위를 날아갈 때도 있다. 우울한 날 나를 놓고 다시는 나를 찾지 않지 않는 것처럼, 사랑 역시도 궂은날은 시간에 맡기면 저절로 흘러가더라. 궂은날은 상대방 때문에 온다고도 말할 수 없다. 우울의 원인이 모두 나에서부터 시작되는 것만은 아닌 듯이 사랑의 궂은날도 많은 이유와 때로는 이유도 없이 찾아오기도 하다. 서로의 노력에 따라 소나기로 그치기도 장마와 홍수, 천재지변으로 계속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오랜 시간을 같이 하고 싶은 파트너가 있다면, 잘 싸우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자주 싸우라는 말이 아니라 지혜롭게 싸우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어떻게든 상대방을 이겨먹으라는 말로 오해하면 곤란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싸워야 잘 싸운다고 할 수 있을까. 구체적인 비유와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참 어려울 것 같다.


서로가 부딪히는 순간은 언제고 온다.

나는 샤부샤부가 먹고 싶고 배우자는 불판에 지글지글 익는 삼겹살을 먹고 싶어 한다고 해보자. 의외로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 같지만, 경우와 상황에 따라 빈도에 따라 꽤 어려운 문제가 되기도 하다.

만일 매일 저녁 샤부샤부와 삼겹살을 고집한다면, 번갈아 가며 먹자고 제안하거나 둘 다 모두 나오는 고깃집이나 식당을 가거나 그도 어렵다면 집에서 둘 다 해 먹거나 각자 먹고 오거나 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하지만 샤부샤부와 삼겹살을 매일 저녁 배우자와 함께 먹고 싶어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면, 이는 조금 더 어려운 국면에 처한다. 번갈아 가며 먹자고 제안할 수 없으며, 모두 나오는 식당을 매일 가지고 하기도 어렵다.

집에서 둘 다 해 먹는 일도 둘다를 먹는 만큼 둘다를 치워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이를 둘 다 거부한다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다. 함께 먹기를 원하기 때문에 각자 먹고 오는 것도 불가하다.

조금 억지스러운 이러한 상황이 때로는 현실이 되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서로의 의견을 잘 절충하고 이해시킬 수 있을까.

각각의 성향에 따라 대화방법-더 정확하게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다를 테고, 그 결과와 해결책도 달라질 수 있다. 어떤 해결책이 나오더라도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해답은 존재한다.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이다. 보통 이러한 경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고는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에서 이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구나, 이렇게 하게 되었구나, 이렇게 하겠구나 등으로 발전해 나갈 수도 있다. 어떻게 매일 삼겹살을 먹을 수가 있어, 매일 삼겹살을 먹고 싶어 할 수도 있구나, 매일 삼겹살을 먹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구나, 매일 삼겹살을 먹게 되었구나, 매일 삼겹살을 먹겠구나 등으로 말이다. 이는 한쪽으로만 치우치는 이해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상대방에게 나의 취향에 대해 이해하도록 강요하거나 관철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일말의 실마리, 내가 이런 필요를 갖게 된 데에 대한 친절한 부연설명이 필요할 텐데. 이 과정이 우리가 보통 이야기하는 싸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잘 싸우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간혹 싸우지 않는 커플도 있다고 한다.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거나 이해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서로에게 부딪힘이 없거나 이해하지 못해도 인정하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그러한 커플들 조차도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순간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이해관계가 상충되더라도 싸울 필요 조차 없어진다면 싸움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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