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4.20.)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업무를 맡게 되면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
일의 난이도와 경중을 떠나
프로세스를 잘 모른다는 그 자체가 긴장을 부른다.
다른 일을 하다가도 불쑥불쑥
자려고 누워도 불쑥불쑥
실수할 것 같아서 완벽하지 못할 것 같아서
걱정이 자꾸 쌓인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긴장해서 그런 거야.'
따위의 말들은
위로도 해결책도 되지 않는다.
유일한 해결책은
'절대적인 시간을 충분히 투자하여 준비하는 것'이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업무를 맡게 되었을 때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은 내가 가진 특성이다.
이 막막한 감정이 살짝 누그러졌을 때
그때부터 준비를 시작한다.
관련 자료를 마구 읽고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마구 쓴다.
이때 구글이 훌륭한 비서가 된다.
구글 드라이브에 폴더를 하나 만들어서
모은 자료를 정리해서 저장하고
빈 문서에 자기 전이든 밥 먹는 중이든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쓴다.
어느 정도 일의 순서가 보일 때
스프레드시트를 하나 만든다.
캘린더처럼 날짜를 쓰고 디데이도 표시한다.
날짜마다 해야 할 일을 쓰고
PC와 휴대폰으로 수시로 들어가 검토하고 수정한다.
스프레드시트를 만드는 단계까지 오면
잠도 잘 오고 밥도 잘 넘어간다.
준비된 정도와 긴장은 반비례한다.
발표 같은 걸 해야 하는 경우에는
주제만 굵직하게 쓰는 게 아니라 대본을 쓴다.
인사말과 중간중간 끼워 넣을 농담까지 쓰고
예상되는 질문에 대한 답도 메모해 둔다.
그리고 외울 정도로 반복해서 읽는다.
그 정도로 해야 내가 긴장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 정도로 대비하면 웬만한 돌발상황은 대처 가능하다.
돌발상황은 어쨌거나 생기기 때문에
대비를 철저히 한 후에 겪는 돌발상황은
다음을 위한 공부가 된다.
이렇게 한 사이클을 돌리고 나면
더 이상 그 일은 낯선 일이 아니게 된다.
구글 드라이브에 만들었던 폴더는
나만의 보물상자가 된다.
늘어나는 보물상자 개수만큼
연차가 부끄럽지 않게 된다.
연차가 부끄럽지 않게 되면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된다.
나를 사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