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오늘 단상

상처받은 아이를 위한 위로

2023.5.3.

by 하얀밤


중학생인 어떤 아이가

부모가 없어 시설에서 사는

같은 반 아이에게 말했다.


"고아 X아."


이 일을 알게 된 시설장은

학교에 학교폭력으로 신고를 했고

학교는 학폭대책위를 열었다.


학폭위에 출석한 상대방 아이 부모는

이렇게 말했다.


"고아를 고아라 했는데 뭐가 잘못이죠?"



선생님인 친구가

여기까지 얘기하는 동안

나는"진짜? 진짜? 진짜?"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가

그런 말을 했다고?

진짜?


친구는 "그래, 그래" 하며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과

그 앞에 무기력해진 자신을 표현했다.


아무리 이해하고 싶어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는 건

무기력하게 만든다.

나도 같이 무기력해졌다.

기분이 참 별로였다.




괜찮아,

친구야.

나는 알 수 있어.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그 부모는 듣게 될 거야.

아마도 원망 섞인 눈으로

아마도 배려 없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내뱉는 아이의 말을.


"언제 내가 내 편들어 달랬어?"


배려를 가르치지 못한 부모는

예의를 가르치지 못한 부모는

아이로부터 배려와 예의를 기대하지 못할 거야.

두고 봐.


그리고,

아마도 시설에 있다는 그 아이는

어려움을 딛고 일어나서

부모 같은 이의 사랑을 얻고 자라나서

웬만한 고난엔 끄떡하지 않는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


암, 암.

그래야지.

그래야 말고.


상처받은 아이 곁에

좋은 어른이 함께 하기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고유의 빛을 내는 엄마가 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