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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늘 단상

나는 아직도 아이가 신비롭다

2023.5.4.

by 하얀밤


잠든 딸의 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가늘게 떨리는 속눈썹을

뺨 아래 실핏줄을

볼에 난 솜털을

들여다본다.


내 어깨높이만큼 자란

네가 처음 왔을 때를

떠올려본다.


네가 오고

어느새 자라 뱃속을 유영하며

느릿한 발놀림으로

배를 간지럽히던 느낌이

생생하다.


둘이 있기엔 엄마 배가 좁다고

더 이상 여기선 못 있겠다고

갑자기 세상 밖으로 나왔던

어느 날 오후,

엄마 품에 안기지도 못하고

바로 인큐베이터로 들어갔던 너를

3일이 지나 겨우 만났던 때가

생생하다.


저 아이가 진짜 내 아이일까

저렇게 작은 존재도 사람일까

뭉클해하던 두려워하던

내 울음이

생생하다.


나는

네가 오기 전도 생생하다.

너를 기다리던 때도 생생하다.

그래서,

어느 날 내 세상에 나타나

마치 처음부터 있었던 것처럼

나와 이야기를 하고

흔한 초등학생 하나가 되어

나와 다투기도 하는

네가 너무 신기하다.


인기척을 느낀 딸이

슬며시 눈을 뜨고는

나를 보고 웃는다.


"엄마,

내가 또 신기해?"


응,

나는 나를 보는 네가 신기하고

나를 엄마라 부르는 네가 신기하고

신기해하는 엄마를 신기해하는

너의 생각,

너의 목소리,

그러니까

너라는 존재가

아직도

꿈같아.


눈뜨면

이 모든 게 꿈이지 않을까 두려울 정도로

너의 존재가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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