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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늘 단상

이기지 못한 '피해자'

2023.5.10.

by 하얀밤


'피해자, 가해자.'


사건의 전말과

사건과 사건 사이 숨은

행간의 요소를 모르는 채

무심코 붙여버림으로써

본질을 흐리게 만드는 말.


흔히 '내로남불'이라 쉽게 말하는 상황에

막상 당사자가 되어 '가해자'라는 명칭이 주어지면

억울해도 말을 못 하게 된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많으면 안 되고

말을 하는 것조차 잘못이 되어버린다.


세상에 100퍼센트 가해자도 없고

세상에 100퍼센트 피해자도 없다고 생각하기에

저 말들을 안 쓰려고 했는데

오늘 눈 질끈 감고 뱉어버렸다.


가해자가 된 상대방의 입이 다물어졌다.


내가 피해를 보긴 했지만

상대방도 사정이 있을 것인데

안하무인 사과 한 마디 안 하는 태도에

눈 질끈 감고 뱉어버렸다.


法이라는 한자가 상대방과 나 사이에

두둥 떠올랐다.

무시무시하게

정의롭다는 그 법.

약자의 편을 든다고들 한다는.


순식간에 꼬리를 내리는 모습이

불쾌했다.

절대 쓰지 않겠다고 결심한 말을 써버린

나 자신을 보는 것도 불쾌했다.


나는 오늘 이긴 게 아니다.


서로 상처 입었다.





혹여나 아기 고양이 소식을 궁금해하실 분께.


아기 고양이는 사라졌습니다.

밤새 어미 고양이가 물어다 다른 데로 옮긴 것 같습니다.


누구는 고양이 밥과 장조림을 싸 오고

누구는 털 알레르기도 이겨보겠다 했는데.


사람이 북적여서 불안했나 봅니다.

괜히 서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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