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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늘 단상

복수를 꿈꾸는 직장인

2023.5.12.

by 하얀밤


우리 부서에서 진행하는 사업이 하나 있는데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참여하면 귀찮고,

참여하지 않아도 크게 불이익이 없는 일이다.


이 사업은 우리 부서에서 진행은 하지만

상위 기관에서 추진하는 사업의 연장이다.

도매점이 파는 물건을 소매점이 받아오는 격이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걸 알지만

담당 부서이기에 싫으면서도 홍보까지 해야 하는

자아분열을 느끼기 딱 좋은 일이다.


이 사업을 진행하며 두 가지 인간상을 보았다.

1. 이해하고 참여해 주는 사람

2. 불이익이 없다고 참여하지 않는 사람


대부분 첫 번째에 속하는데

두 번째에 속하는 사람이 몇 있다.

사업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찌르고

유유히 개인 일을 보러 사라지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보며

우리 부원들도 결심한다.

그 사람이 하는 일은 도와주지 않겠다고.


멋진 광경이다.


기라면 기어야 하는 정체성을 가진

같은 공무원 처지면서

같은 처지에서 애환을 나누어도 모자랄 판에

같은 처지이기에 아는 약점을 노리는 사람이

다리 다친 아이에게 '메롱'하고 도망가는 아이 같다.

그래서 나도 그가 다리를 다칠 어느 날에

'메롱'하고 도망갈 기회를 노린다.


참 훌륭한 모양새다.


내년엔

기꺼이 참여한 사람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만들어보려 한다.

그러면 그는 반드시 참여할 것이다.


그게 훤히 보여서

오늘도 '메롱'을 노리는

유치한 직장인이

여기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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