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서에서 진행하는 사업이 하나 있는데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참여하면 귀찮고,
참여하지 않아도 크게 불이익이 없는 일이다.
이 사업은 우리 부서에서 진행은 하지만
상위 기관에서 추진하는 사업의 연장이다.
도매점이 파는 물건을 소매점이 받아오는 격이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걸 알지만
담당 부서이기에 싫으면서도 홍보까지 해야 하는
자아분열을 느끼기 딱 좋은 일이다.
이 사업을 진행하며 두 가지 인간상을 보았다.
1. 이해하고 참여해 주는 사람
2. 불이익이 없다고 참여하지 않는 사람
대부분 첫 번째에 속하는데
두 번째에 속하는 사람이 몇 있다.
사업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찌르고
유유히 개인 일을 보러 사라지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보며
우리 부원들도 결심한다.
그 사람이 하는 일은 도와주지 않겠다고.
멋진 광경이다.
기라면 기어야 하는 정체성을 가진
같은 공무원 처지면서
같은 처지에서 애환을 나누어도 모자랄 판에
같은 처지이기에 아는 약점을 노리는 그 사람이
다리 다친 아이에게 '메롱'하고 도망가는 아이 같다.
그래서 나도 그가 다리를 다칠 어느 날에
'메롱'하고 도망갈 기회를 노린다.
참 훌륭한 모양새다.
내년엔
기꺼이 참여한 사람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만들어보려 한다.
그러면 그는 반드시 참여할 것이다.
그게 훤히 보여서
오늘도 '메롱'을 노리는
유치한 직장인이
여기 하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