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가 꽃을 좋아하게 될 줄 몰랐다
2023.5.14.
엄마는 꽃이 좋다고 했다.
어린 나는 꽃이 뭐가 좋냐고 했다.
꽃은 촌스럽고 시시해 보였다.
딸과 걷다가
꽃이 예뻐 발걸음을 멈추니
나보고 할머니 같다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어쩜 이렇게 색상도 다양할까,
어쩜 이렇게 생김새도 제각각일까~"
폰 카메라를 들고 연신 셔터를 누르는 어르신들 사이에서
나도 이 꽃 저 꽃 화면에 담아 본다.
멀찍이서 나를 보던 딸이 포기한 듯 벤치에 앉아 버린다.
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는 걸 보니 게임을 하나 보다.
꽃 백만 송이보다 자기 캐릭터 하나가 더 눈에 들어올 나이.
나도 안다.
한참 꽃구경을 하고 난 뒤, 딸 옆에 앉으며
"엄마도 어릴 때 꽃이 왜 예쁜지 몰랐는데.
나이 들면 꽃이 예뻐 보인다던데
엄마도 나이 들었나 봐." 하니까
내가 어릴 적 우리 엄마를 향해 짓던
딱 그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 사람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선 모를 일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던지.
미안해서, 이제야 이해가 가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던 때도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움에 공감하는 일쯤이야
당신도 그랬듯이 나도 이제 그러네요, 하고
웃으며 넘기면 되지만.
상대의 아픔을 까맣게 모르고 내가 했던 말과 행동들이
어느 날 나에게도 똑같이 들려올 때
그때 그 사람은 얼마나 서운했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해도,
그 사람이 더 이상 내 옆에 없을 때에는
참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