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은 마음을 돌아보게 한다
2023.5.15.
숨을 쉴 때마다 더운 기운이 훅훅 끼쳐온다.
더운 숨에 얼굴이 달아오르고 눈까지 시큰거린다.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이라는 말이
자꾸 떠오른다.
어리지는 않지만, 나이가 절대적인 숫자가 아니라면
나는 요 며칠 어린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오랜만에 열감기를 앓았다. 거의 10년 만인가.
1년에 한 번 정도는 심한 몸살감기를 했었는데
아이를 낳고부터는 거의 아프지 않았었다.
아이 키운다고 손을 잘 씻어서 그랬다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아니다.
아이를 지켜야 한다, 나는 아플 수 없다는
굳은 믿음이 나를 지켜온 것이다.
며칠 째 이어지는 아픔의 정체를 찾아본다.
내가 나를 잃어간다는 신호이다.
번지르르하게 뱉어냈던 말들,
나조차 믿지 못하는 말들을 내 것처럼 내뱉고
마음과 다르게 행동했던 순간들이 모여
응어리가 되고
열 덩어리가 되었다.
병원에 가면 분명히 독감 같은 병명을 붙여줄 것이다.
병명에 기대어, 약에 기대어
이 소중한 순간의 의미를 놓쳐버릴 수 없다.
마음을 재정비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내 '산수유 열매'는
내가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