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을 시작한 이후로 다시 마스크를 챙겨 쓰기 시작했다.
마스크는 타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기침을 하는 내가 써야 한다.
오랜만에 마스크를 끼고 길을 걸으니 답답했다.
이 답답한 걸 어떻게 3년 넘게 끼고 있었는지.
용케 적응을 했었구나 싶다.
마스크를 쓰고 보니
기침하는 사람들 중에 마스크를 안 쓴 사람도 있고
건강해 보이는 사람들 중에 마스크를 쓴 사람도 있다.
마스크 본연의 목적은
오염된 비말 전파를 막는 것이다.
공기 중으로 전파될 수도 있다는 바이러스는
KF94 마스크도 못 막을 만큼 크기가 작기 때문에
마스크를 쓴다고 해서 바이러스를 막을 수는 없다.
마스크는 공기를 100% 차단할 수도 없다.
언론을 통해 수백 번 반복됐던 말들이라
이제는 모두가 전문가에 버금갈 만큼 다 아는 사실인데,
왜 건강한 사람들까지 여전히 마스크를 쓰는 걸까?
그들은
마스크가 자신의 건강을 지켜준다는
믿음을
믿는
자신을
믿는 건 아닐까.
믿음을 수정하는 것이
자신을 부정하는 것 같아서
믿은 것을 계속 믿고 싶어서
믿다가 믿다가
결국 진심으로 믿는다고 본인조차 속인 건 아닌지.
예전에 많이 들었던 가수 오지은의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 날 사랑하고 있단
너의 마음을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날 바라보는 게 아니고 날 바라보고 있단
너의 눈을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 오지은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 중에서
오랜만에
거리의 마스크들을 보며
오래전에 듣던 노래를 들었다.
가사 속 '나'를 '마스크'로 바꿔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