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웃을 때가 아니다

2023.5.17.

by 하얀밤


"어제 잠을 못 자서."


쓸쓸한 눈으로 나를 보며 웃는 그녀의 얼굴색이 하얗다.

밥이라도 잘 챙겨드세요, 하니까


"나는 고기는 못 먹어."


고기를 못 먹는 자신이 우습다는 듯 그녀는 또 빙긋 웃는다.

오늘 점심 메뉴에 고기가 있어서 나는 웃을 수가 없었다.


아니,

처음부터 나는 하나도 우습지 않았다.

불면으로 괴로움을 겪으면서 웃는 그녀는

내가 같이 웃어주길 원한 것일까?


그녀는 두통과 몸살을 자주 앓는다.

아픈 중에도 주변 사람을 따뜻하게 대한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주무르면서도

상대의 안부를 물어준다.


나는 그녀가 자신에게 가장 따뜻하면 좋겠다.

잠들지 못하게 꼬리를 무는 생각들의 실체와

위장이 탈 날 만큼 스스로를 괴롭게 하는 그 무엇과

머리와 몸이 절규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도록

자신을 가장 우선순위로 두었으면 좋겠다.


나 또한

나에게 따뜻한 사람이지 못하고

스스로를 매정한 눈으로 바라볼 때가 많다.

그래서 그녀의 아픔에 공감한다.


그래서,

더더욱 그녀가 웃는 것에 공감하지 못한다.


지금은 웃을 때가 아니다.


병들어가는 걸 느끼면서도 방치 중인

내 마음과 대면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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