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보험 갱신 기간이 왔다.
1년이 참 자주 돌아온다.
매년 이 시기마다 비슷하게 담보 내용을 정해서
6개 정도의 보험사를 비교해 본다.
같은 담보인데도 가격차가 의외로 많이 난다.
마일리지 환급 부분만 꼼꼼히 보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Tmap할인도 옵션에 꼭 넣는다.
작년부터는 차에 플러그를 꽂고 매달 달린 만큼 돈을 내는
C사에 가입해서 꽤 쏠쏠하게 할인을 받았다.
비교 결과, 올해도 C사가 제일 나은 것 같다.
제휴카드를 만들어서 고정지출을 몰았더니
매달 한 달 치 보험료에서 17,000원 할인을 받는다.
올해도 이 혜택을 적용하면 1년에 내는 자동차 보험료가
2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너무 뿌듯하다.
경쾌한 손놀림으로 갱신을 하고
담보를 다시 살펴본다.
내가 죽으면 3억,
다치면 3천만 원.
음.
몇 천 원만 보태면 10억까지 가능하다.
죽어서 받는 돈은 내가 받는 돈이 아니니 제쳐두고,
(제쳐뒀다기엔 3억도 적은 담보는 아니다)
다쳐서 받는 저 3천만 원.
3천만 원은 죽어서 받는 게 아니니
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안 돼.
숫자에 넘어가면 안 된다.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자.
저 3천만 원을 다 받으려면
아주 확실하게 다쳐야 한다.
눈도 이왕이면 두 눈 다 다쳐야 하고
뼈도 그냥 부러진 정도가 아니고 이식을 받아야 할 정도로,
화상도 이왕이면 넓은 부위에 입어야 한다.
저 돈을 받으려면 말이다.
나는 저 돈을 받아야 하나?
저 돈이 내 돈인가?
나는 뭘 기대하고,
몇 천 원 더 내려고 하는가?
그래, 하마터면 넘어갈 뻔했어!
아주 합리적인 사람이 된 기분을 느끼며
창을 닫는다.
작년보다 차 연식이 늘어나서
조금씩 요금이 내려간 항목을 보며
대물 보험료도 높이고
간병비 특약도 넣고
주말교통사고위로금까지 추가한 것 또한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의기양양하게 웃는 사람을
손바닥 위에 올리고 웃는 보험사,
옆에서 같이 웃고 있는
제휴카드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