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 장소에 추억처럼 앉았다

2023.5.20.

by 하얀밤


20년 전

대학생 시절 친구와 즐겨오던 음식점에

오늘 아들, 딸이랑 와서

그때 그 테이블에서

그 메뉴를 앞에 두고 앉았다.


20년 전에

친구와 이 테이블에 앉아

"나중에 우리 결혼하고 애 낳고 나서

애랑 여기 같이 오는 날이 올까?"

했었다.


26살,

큰 시험을 앞두고 유명한 타로점집에 갔던 날

점쟁이에게 들었던

"아들, 딸 하나씩 낳겠네."

그 말이 왠지 진짜일 것 같아서

나에겐 진짜 아들, 딸 하나씩 있을 거라고

기정사실처럼 믿고는

상상 속에서 아들과 딸을

테이블에 하나씩 앉혔었다.


그리고 오늘,

진짜 아들 하나 딸 하나를 테이블에 앉힌

20년 전 내가 있다.


아이들만 새로 생기고

나는 그때 그대로인 것 같다

입안에 퍼지는 음식맛도 그대로인데

사장님만 늙은 것 같다.


재잘거리는 아이들 모습이

20년 후 내 상상 속 같다.


추억 속 장소에

추억처럼 앉았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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