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살기엔 힘든 주말

2023.5.21.

by 하얀밤


하하하.

깔깔깔.

우당탕.


예능 프로그램 소리가 거실에 퍼진다.

물 한 잔 마시러 방에서 나온 나도 TV로 시선을 돌린다.

우두커니 선 채로 몇 분 동안 TV에 눈을 두고 섰다가

"아, 물." 하며 주방으로 다시 간다.


게임에 참여한 연예인들이 소리를 지른다.

벌칙을 피하기 위해 뛰고 달린다.

쉴 새 없이 깔리는 자막을 눈으로 좇다 보니

30분이 훌쩍 지났다.


연예인들은 달리고 움직였는데

내 몸은 거실에 우두커니 있었다.


연예인들은 서로 만나서 말하고 떠들었는데

나는 그들이 노는 걸 보며 입을 꾹 닫고 있었다.


사람들과 웃고 떠든 것 같았는데

나는 그들이 노는 걸 구경한 것뿐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난 뒤에 오는 이 허무함이 싫어서

내가 예능 프로그램을 안 본다고 하니까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가족들이

나를 불편해한다.


온 집에 TV소리가 울려 퍼진다.

아, 또

집을 나가야 하나.

카페 가는 것도 귀찮을 때가 있는데.


더불어 사는 것이

쉽지 만은 않다.


가족들이 다 나가고 없는

조용한 집에 혼자 있고 싶다.

혼자 있는 게 일상인 때도 있었는데

이런 게 소원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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