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고 싶고, 닮고 싶지 않은
2023.5.31.
정년에 가까운 A씨는
유튜브에 빠져 있다.
트로트 가수를 비추는
화려한 조명이 화면에 일렁이는 동안,
옆 자리 앉은 30대 B씨는
계획서 작성으로 바쁘다.
계획서 작성을 하면서
의무 원격 연수도 듣고 있다.
2, 3분 간격으로 뜨는 'next' 버튼을
용케 때맞춰 눌러가면서.
B씨 옆에 있던
정년을 눈앞에 둔 C씨는
퇴직날까지 한 부서를 이끌었다.
핫하다는 메타버스도 공부했다.
나에게 나태주 시인의 책도 권했다.
"방탄소년단의 가사에 산문을 더한 거라네.
우리 딸은 EXO팬인데 나는 그래도 방탄이 좋아."
C씨의 정년퇴임식 날,
눈시울이 붉어진 C씨 주변에서
사람들이 함께 눈시울을 붉힐 때
A씨가 읊조렸다.
"내가 3년만 더 늙었어도."
아무도 A씨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3년 뒤, 그의 옆에서
눈물을 훔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직장에 다니기 시작한 날로부터
정년까지의 기간에서
딱 절반을 지나는 요즘,
닮아가고 싶은 사람의 모습을
주워 모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