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지 않은 미래에서 용서를 합니다

2023.6.1.

by 하얀밤


"너는 잠 때문에 망할 거야."


깜빡이는 형광등 아래

깜빡이던 의식을 날카롭게 찢던 말.


시시덕거리는 또래들의 웃음이

명료해지는 의식을 파고들었다.


눈앞에 어른거리는

하얀 분필 묻은

손을 따라

팔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

결국 마주했던

그 눈빛.


이 눈빛은 잊지 못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열여섯 살의 어느 날

밤 10시가 넘어가는

별도 도 졸던 시간이었다.


밤늦도록

작은 수학보습학원에서 일하는 것이

선생도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별도 달도 잠든 밤에 퇴근하며

별과 달과 함께 잠드는 삶을

꿈꿨으리라.


그래도

열여섯 살의 아이에게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됐다.


그 말이 기억날 때마다

망하는 미래를 예언당했던

열여섯의 밤 10시 즈음으로 돌아간다.


선생도 그 말을 후회했을 것이다.

고작 열여섯 살 아이의

미래를 감히 점친 대가를

후회라는 행위로 톡톡히 치렀을 것이다.


깜빡이는 형광등을 끄고

학원을 나서며

아마도 혼자 밤길을 걸었을 그녀는

지금의 나보다 어렸다.

밤 어둠에 묻히는 그녀의 뒷모습이 헛헛하다.


이제는 그녀를 보내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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