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집에나 있을 법한 주말

2023.6.17.

by 하얀밤


김밥도 미리 주문하고

아이스박스에 넣을 보냉팩도 얼려놨다.


아침 7시,

알람에 맞춰 가족 모두 기상해서

간단하게 시리얼만 먹을 계획이었다.

과식하면 롤러코스터를 탈 때 속이 불편할 테니.


작은 백팩 하나에 물과 간식을 넣고

크로스백에 보조배터리와 지갑을 넣고

차키를 잘 챙겨

부우웅- 출발해야지.

가는 길에 김밥집 들르는 것도 잊으면 안 되지.


완벽한 계획이었다.

기상과 동시에 아들이 기침을 하기 전까지.


"엄마아.... 목이 따가워..."


사포로 벽 긁는 소리로 말하는 아들 녀석

몸이 불덩어리 같다.


모든 계획이 리셋된다.



내 어깨높이보다 더 자란 아이를 부축하며

병원에 갔다.

주말을 병원 오는 것으로 시작한 사람들이

대기실에 한 가득이다.


약국에서 약을 타서 나오는 길,

픽픽 쓰러지려는 아이를 꽉꽉 붙잡는 내 머리 위로

제법 따가운 오전 햇살이 쏟아진다.

팔이 저려오고 땀도 쏟아진다.


"이런 날 롤러코스터 탄다고 줄 섰으면 참 더웠겠다~

차라리 집에 있는 게 낫다, 그지?"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에게서

열기가 훅 끼쳐온다.


아들을 방에 눕혀놓고

실망한 기색이 가득한 딸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기대 많이 했는데 실망했지?"


딸이 좋아하는 음료수를 사 주고

팬시점에 가서 학용품도 하나 사 주고

내가 마실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사서 집에 오니

3천보를 넘게 걸었다.


식욕 없다는 아들을 깨워

억지로 밥 먹이고, 약 먹이고,

딸 손톱 깎아주고 내 손톱도 깎고

이젠 보기만 해도 더운 카펫 먼지 털어

세탁기에 넣고 나니

어느새 늦은 오후가 되어 간다.


약기운에 기운을 차린 아들이 트는

시시한 유튜브 영상이 나오는 거실 한편에서

글을 쓰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일상인

평범한 어느 쌍둥이네의 주말.



매거진의 이전글내 삶은 엄마 탓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