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 단상

사장님, 잘 지내시나요

2023.7.1.

by 하얀밤


"안녕하세요!"


앞면이 있는 분이 길에서 인사를 해서

딸과 얼떨결에 같이 인사를 했다.

어리둥절한 우리를 본 그분은

"저 케이크집 사장이에요." 라며 환하게 웃었다.

"네, 사장님! 안녕하세요!"

케이크집 사장님이라는 걸 우리도 알고는 있었다.

길에서 인사할 만큼 가깝지 않다고 생각했을 뿐.

사장님의 밝은 인사에 기분 좋아진 우리는

또 케이크를 사러 가자고 이야기를 했었다.


얼마 뒤 갔던 케이크집은

내부 시설이 철거되어 있고, 문엔 '임대'가 붙어 있었다.

웃으며 인사하던 그때,

이미 가게를 내놓았을 텐데.

어떤 마음으로 우리에게 인사를 하셨을까.

분진이 묻은 유리 너머

알록달록 예쁜 케이크들의 잔상이 떠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뚝딱뚝딱 공사가 시작되더니

노오란 간판이 붙은 칼국수집이 들어섰으나

칼국수집이 많은 우리 동네에서 경쟁에 이기지 못하고

몇 달 뒤 문을 닫았다.


부동산 전화번호가 무심히 쓰인 임대 현수막이 붙고

얼마 뒤 빠알간 간판이 붙은 마라탕 집이 들어섰다.

200g 소고기 추가 이벤트를 보고 가게에 들어섰다.

새집 냄새가 물씬 풍기는 테이블에 앉아

마라탕 재료가 진열된 곳 즈음에 서 있던

케이크집 사장님을 떠올렸다.


제법 넓은 마라탕 가게 안을 보며

아담한 케이크 진열장 뒤에 있던

아마도 제법 넓었을 베이킹 공간을 상상해 본다.

이른 아침 출근해 빵을 구우며 예쁜 크림을 입히며

사장님은 노래를 흥얼거렸을 것이다.

사장님의 노래는 울음으로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길게 밝게 웃으며 인사하던 날

그분은 우리에게, 이 동네에

작별 인사를 했던 게 아닐까.


이 동네가, 우리가

그분에게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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