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치기 조심!"
소매치기라는 영화에서나 보던 것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나 이탈리아가 심하다고 한다.
"샤워기 필터도 챙겨야 하지 않을까."
태국에 갔을 때 샤워기 헤드에 끼워둔 필터가
하루 만에 누레진 걸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석회수라는 유럽의 물도 적응하기 만만치 않다던데
이젠 여기에도 대비해야 한다.
"화장실도 유료래."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패키지여행이라
화장실도 걱정이 된다.
아들은 일본 여행 중 지하철역 갈 때마다 화장실을 찾았다.
중요한 순간에 똥 마려워하는 게 아이들이다.
유료일 뿐만 아니라 위생 상태도 좋지 않다 하니
이 또한 걱정이 된다.
"물은 무조건 생수를 사서 마셔야지."
일본을 제외한 나라에서는 항상 물을 사서 마셨다.
(일본이 안전하다고 여기는 게 맞긴 한 건지)
여름이라 갈증이 많이 날 테니 각자 가방에 물을 챙겨야 한다.
그리고 그 가방은 도난에도 대비해야 한다.
유럽에 가 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우리 엄마.
엄마의 칠순을 맞아 자식들이 서유럽 패키지여행을 계획 중이다.
노약자가 함께 하는 여행이라 패키지를 선택했다.
자유 여행도 아닌데 준비할 게 뭐 있겠어, 하며
느긋하게 몇 달을 보냈다.
서유럽은 선진국이니 분명 배울 점도 많고
좋은 점도 많을 것 같아 설렜던 건 덤.
그러나,
그 느긋함과 설렘이
준비를 하면 할수록 하나 둘 무너진다.
여행 준비 쇼핑 리스트에
도난 방지 가방, 휴대폰 도난 방지 스트랩,
캐리어 도난방지 와이어줄, 자물쇠,
동전지갑 도난방지 스트랩 같은 것들을,
샤워기 필터 같은 것들을 담으면서
이 돈 주고 이렇게 불편한 곳에 가야 하나?
내가 지금 선진국에 가는 게 맞는 건가?
유럽이 선진국이 맞긴 맞는 건가?
의문이 늘어간다.
깨끗한 물,
안전이 보장되는 치안,
위생적이고 너그러운 화장실 문화.
편리한 신용 카드 사용환경 등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우리나라의 좋은 여건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준비를 하면 할수록
우리나라가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인지 느끼게 된다.
입버릇처럼 찾던 선진국은 바로
우리나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