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 단상

당신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겠어요

2023.7.3.

by 하얀밤


부원 A가 있다.


맡은 일을 자꾸 까는다.

매번 어지러워서 그랬

너무 힘들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중요한 공지를 내부 메신저로 알려야 하는 A는

너무 정신이 없어서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나보고 대신 써달라 한다.


내용의 중요 포인트를 알려달라 하니

알려주지 않는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그렇다 한다.

너무 지체될 것 같아 내가 대신 써서 보냈더니

정신없는데 도와줘서 고맙다고 한다.


공문 발송할 기한이 내일인데 잊고 있는 것 같아서

슬쩍 언급을 해주자 크게 한숨을 쉰다.

어지러워서 글자가 보이지 않는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해보겠다 한다.

일단이 아니라 당신 일이야,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부서 분위기를 생각하니 말하기 쉽지 않다.


A가 없었던 오늘 하루,

A의 업무에 대한 문의가 내선 전화로 계속 왔다.

어쩔 수 없이 A에게 연락을 했으나

전화도 받지 않고, 문자도 묵묵 부답이었다.


점심을 입에 욱여넣는 중에 전화를 걸어온 A는

밥 먹는 중이라는 데도

자기가 맡은 업무가 얼마나 힘든 일이며

해내는 것이 부당한 것인지를 말한다.


세 시간 뒤에 온 답장에는

본인의 병명과

본인이 처방받은 약과

본인이 의사에게 들은 말들이 적혀있다.


나는

A가 병휴직을 했으면 좋겠다.

나는

A대신에 다른 사람이 오면 좋겠다.

나는

A에게 측은지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나는,

아픈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나쁜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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