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 단상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다

2023.7.20.

by 하얀밤


학교만큼

미성숙한 사람이

빽빽하게 모인 곳이 있을까.


인구 밀도가 높은 학교는

부딪침이 많을 수밖에 없다.

뒷걸음질 치다가도 운이 나쁘면 다칠 수 있고

책상 위에 무심히 올려놓은 칼이나 가위가

쉬는 시간에 오고 가는 아이들 몸에 툭툭 부딪치다가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도 있다.

마음이 맞지 않는 아이와 짝이나 모둠이 되어

억지로 한 달을 보낼 수도 있다.


그런데,

물리적인 밀도가 예전보다 훨씬 낮아진 지금

몸과 마음이 부딪치횟수가

더 늘어난 건 왜일까.


아이들의 몸집이 커져서 그런가,

아이들의 마음이 커져서 그런가.


아마도,


자기 몸을 타인의 몸보다 소중하게 생각해서 그런지도,

자기 마음을 타인의 마음보다 우선으로 생각해서 그런지도.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공부만이 아니다.

교과 학습만 할 거면

학원만 다녀도 되고 홈스쿨링을 해도 된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교사라는 어른과

자기와 비슷한 나이의 또래와

교류하는 것을 배운다.

밀도가 높은 공간에서 집중적으로,

아주, 아주 단기간 동안 효율적으로.


학교에서 아이가 교사를 대하는 것은

어른을 대하는 방식이고,

학교에서 아이가 반 아이를 대하는 것은

또래를 대하는 방식이다.

아이가 보이는 그 행동 방식이

졸업과 동시에 달라질 것 같은가.


맞춤법, 수학공식, 영어 단어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은

학생시절 자신이 학교에서 배웠던 무형의 것들을

한 번 떠올려 보시길.


지금까지 몸과 마음의 일부로 남아 있는

그 무형의 것들을

느껴보시길.


아이에게도

그 소중한 것들이 남도록

도와주시길.


혹은

그 불행한 것들이 남지 않도록

도와주시길.






서울의 모 초등학교 선생님

편안히 쉬세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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