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엄마는 미안하지 않아
2023.8.14.
"자, 옷입자."
콜록거리는 아들에게 입을 옷을 건네주었다.
며칠 전부터 기침을 좀 하더니
오늘은 쿨룩쿨룩 기침 소리가 심상찮다.
병원에 데리고 가야겠다.
길게 여행을 다녀온 이후로
일주일 동안 거의 집에만 있었기 때문에
감기의 원인을 이번에는 분명하게 안다.
에어컨을 켜 놓은 거실에서
팬티 바람으로 지냈기 때문이다.
독감이나 코로나가 아닌 걸 아는데도
병원에 데려가는 이유는
순전히 내가 편하기 위해서이다.
출근을 했는데 아이가 아프다고 연락이 오면
일에 집중도 안 되고, 조퇴도 쉽지 않다.
병원 치료 없이 아이가 스스로 이겨낼 수 있음도 안다.
약물이 병의 원인은 없애지 못하고 증상만 가라앉힌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이 나를 편하게 해 주기 때문에 병원행을 선택한다.
스스로를 나쁜 엄마라고 자책한 때도 있었다.
나의 말 하나, 행동 하나가 나비효과를 일으켜
아이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아이의 성장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조바심을 냈었다.
이제는 그냥 내가 편한 대로 한다.
내가 편한 대로 하면 내 마음이 편해질 것이고,
편해진 내 얼굴에는 웃음이 더 자주 돌 것이고
나를 보는 아이의 마음도 편안해질 것이며
편안한 마음을 가진 아이는 더 잘 자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이에게 기침약을 먹였다.
아이의 기침이 잦아들면
나는 더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일하는 엄마 아래서 자라는 아이의 삶이다.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삶이다.
누가 뭐라하든,
우리는 전혀 문제없이
오늘도 잘 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