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 단상

오늘은 류수영 씨 손맛이 식탁에 올랐다

2023.8.15.

by 하얀밤


"피자 시켜 먹을까!"



발랄한 내 물음에

"응.."

아들이 마지못해 대답한다.

엄마의 하이 텐션을 꺾기에 미안했나 보다.


딸이 조심스레 입을 연다


"엄마, 그냥 김치찌개 끓여주면 안 돼..?"


손가락을 베베 꼬면서.



뭐,

피자는 내가 먹고 싶긴 했다.

나에게 피자는 아주 고급 음식,

엄마를 한참 졸라야 겨우 먹을 수 있었던

간절했던 음식.


지금도 피자는

내 기억 속 감칠맛을 덧입은

설렘의 대상이다.


피자든 뭐든

외식을 하는 행위는

나에게 이벤트인데

요즘 아이들은 집밥을 이벤트로 느끼는 거 같다.

우리집뿐만 아니라 주변 집들도 그렇다 하니

생각지 못한 세대 차이가 생겼다.


부모가 맞벌이인 집 아이들은 외식이 잦을 수밖에 없다.

집밥이라 해도 직접 요리한 것보다는

반조리되거나 밀키트 형태로 된 것을 먹는 때가 많다.


남편마저 집에서 밥 먹는 횟수가 적어서

입 짧은 딸, 적게 먹는 나, 그나마 잘 먹는 아들은

한 끼에 성인 2인분도 채 안 되는 양을 먹는다.

그래서 재료를 사서 만드는 게 오히려 비싸게 친다.


구구절절 쓰고는 있는데

직장일하며 요리까지 하기가 쉽지 않다,

이 말이다.

(자식 여럿을 키우며, 일을 하며, 도시락까지 싸던

옛날 어머니들을 정말 존경한다. 초인이 아닐까..)


나는 휴일에 외식을 하고 싶은데

아이들은 휴일이라고 집밥을 먹고 싶어 하니

거 참.


절충안을 찾았다.

어디선가 들은 '류수영 떡볶이'다.


만들고 보니 맛은 있는데

우리집에 류수영 씨가 오신 듯 어색하다.


이 시대 아이들이 기억하는

'엄마의 집밥' 맛은

CJ, 오뚜기, 풀무원의 맛이 아닐까.


어느 집 주방엔 백종원,

어느 집 주방엔 또 핫한 누군가가

대기업 맛에 약간의 MSG를 쳐주고 있을지도.


내일 우리 주방엔

어느 기업, 어느 유명인의 음식 냄새가 풍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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