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 단상

아들에게 팔베개를 해주는 이유는

2023.8.16.

by 하얀밤


"엄마는 몇 살까지 살 거야?"



"글쎄, 100살..?"

"엄마는 100살에도 일할 거야?"

"그럼, 엄마는 움직일 수 있으면 일하고 싶어."

"응, 엄마는 그럴 것 같아."


아들은 자라고 하면

내 옆에 와서 누워 이야기를 시작한다.

팔베개를 해주면 내 무릎까지 오던 아이 발이

이제는 내 발보다 아래에 있다.


"엄마"

"응..."

"엄마, 자?"

"아니.."

"블랙홀에 사람이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죽지 않을까?"

"웜홀은?"

"우리집 책꽂이에 양자역학 책이 있어. 읽어 봐."

"어렵단 말이야."

"응..."


아들 목소리가 들렸던 것도 같은데

여기가 꿈 속인가 현실인가

헤엄치듯 날듯 헤맬 때,


"엄마, 엄마, 자?"

"...응?"

"엄마, 내가 지금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 선택하면 두 개의 우주가 탄생하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는 과학자도 있지."

"조금 전에 우주가 하나 탄생했어. 내가 결정을 했거든."

"어떻게 하기로?"

"누워있기로. 히히."


어른들이 자주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때가 좋을 때다'라고.

퇴근하자마자 옷도 못 갈아입고 집안일을 할 때는

그때고 뭐고 지금이 빨리 지나갔으면 한다.

내가 유일하게 머물고 싶은 순간은

아이와 같이 누워서 도란도란 이야기할 때이다.


사람들이 자주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들이 눈을 마주치지 않고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도

문을 닫고 들어가 버린다고.

나는 그 순간이 올까 봐 두려워서,


순간을 유예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팔에 내 머리보다 무거운 머리를 얹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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