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 단상

여름아, 앓지마

2023.8.17.

by 하얀밤


"하, 사우나네요."



우리 실에 들어오던 사람이

도망치듯 나갔다.


직장 에어컨이 어제부터 고장이 났다.

보기 좋게 새 에어컨이 들어왔는데

구관이 명관이라고

새로 온 녀석이 온풍을 내뿜는다.


30도 넘는 바깥 기온,

열 대가 넘는 노트북, 프린터 네 대, 냉장고 한 대,

이에 지지 않는 사람들의 열기가

뭉근하게 실내를 휘젓고 다닌다.


에어컨 없이 못 살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지낸 어제 오늘이,

지나치게 더웠던 로마와

지나치게 추웠던 런던의 여름을 떠올리게 한다.


여름이 여기 저기서

앓고 있다.


새파랗고 싱그럽던 여름은 어딜 갔을까.

이미 가버렸다.

이미 과거형이 되었다.


아련한 기억 속

선풍기와 깐돌이로 충분히 시원했던

여름이 그립다.





내일은 에어컨이 수리되겠지.

안 되면 파업이다,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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