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방학 중인데 출근을 하고 있다.
한 해 전만 해도 점심 알람을 맞춰놓고
일하는 중에 배달음식을 시켜줬었다.
"절대로 문 열어 주지 마. 문 앞에 놓고 가면 문 열어."
단단히 교육을 시키고도 불안했었다.
아이들이 보내온 배달완료 인증샷을 받은 후에야
안심하고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올해는,
고작 1년이 지났을 뿐인데
아침에 국을 냄비에 담아두고 오면
밥통에서 밥을 퍼서 말아먹는다.
물이 한강인 라면을 끓여 먹기도 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듯이
알아서 잘 챙겨 먹는다.
배달 알람을 끄게 된 것만 해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오늘은 한창 일하고 있는데 사진이 하나 왔다.
냉동피자가 흐물거리며 쟁반에 담겨 있었다.
냉장고를 뒤져서 냉동 피자를 데워먹은 아들이
자랑스러워하며 보낸 사진이었다.
[냉장고를 뒤지는 능력이 +1 되었습니다]
엄마도 아이도 레벨업 하는 순간이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부터
늦은 퇴근이 두렵지 않게 되었다.
"알아서 챙겨 먹어."라고,
얼마나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 순간이 갑자기 현실이 된 때가 있었다.
무심코 입 밖으로 뱉어놓고
뭉클함에 가슴 뛰던 순간이 있었다.
내가 바라는 '순간'들은
또
어느 날 갑자기
무심한 듯 다가오겠지.
아이를 키운다는 건
경이로운 순간을
예상치 못하게 맞닥뜨리는 일이다.
초라하지만 위대한 레벨업 인증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