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 단상

전쟁이 끝나지 않은 나라에 산다

2023.8.24.

by 하얀밤


"전쟁인가?"



땅이 울리는 진동을 느끼며 눈을 떴다.


오소소 소름이 돋은 양팔을 쓰다듬었다.

새벽 4시였다.

온 세상이 번쩍하더니 곧 우르르 쾅쾅 소리가 났다.

아, 천둥이었구나.


전쟁인 줄 알았다.




어제는 을지연습이란 것도 했었다.

시원찮은 에어컨 아래서

뽕따가 가득 든 비닐봉지를 앞에 두고

공습 시 대처요령을 들었다.


"실제 공습 때는 지하로 들어가야 한다며?"

"주변에 지하가 어디 있지?"

"아파트 지하주차장이면 되지 않을까?"


뽕따 초록 봉지가 맛있다는데

노란 봉지가 많아 적잖이 실망하며 말했다.


질서 없이 누운 노란 봉지들이

무너집 집의 잔해 같았다.

총탄에 무너진 집은 상상은 쉽게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지금도 벌어지는 일이니까.


뉴스 장면을 떠올리자 입맛이 떨어졌다.

그래서 애써 입에 퍼지는 맛에 집중했다.


그래,

우리나라는

아직 전쟁 중인 나라지.


저층인 우리집에 있다 보면

우광쾅쾅하는 소리를 속수무책으로 들어야 할 때가 있다.


아이들은 "어디서 불꽃놀이하나?" 하지만

나는 반사적으로 "전쟁인가?" 한다.


무슨 일인지 파악하려고 들어간 지역 맘카페엔

'불꽃축제가 아름답네요~'라는 발랄한 글이 올라와 있다.

고층에 사는 사람이 찍은 불꽃사진이다.

하나도 아름답지 않다.

저층에 살아서 놀라는 건 그들의 관심 밖이다.


언젠가 만난 미국인이 그랬다.

자기가 Korea에 원어민 교사로 간다 하니

할머니가 펄쩍 뛰었다고 한다.

킴정은! 킴정은! 노!! 하시며.

자기가 삼대독자여서 더 그런 거 같다고.

삼대독자 귀한 건 미국도 마찬가지네 싶었다.

그분은 할머니에게 south와 north의 차이를

겨우 겨우 설명한 뒤에야 한국에 올 수 있었다 한다.

다음 해 일본으로 가버렸지만.

north와 대비되는 south가 그도 불안했던 걸까.




우리나라는 아직

공식적으로 전쟁 중인 나라.

전쟁을 쉬고 있는 나라.


오늘 아침에도 뉴스에는 북한얘기가 나왔다.

위성발사에 실패했단다.


북한 사람들도

불안하지 않게 살고 싶을 텐데.

우리랑 잘 지내고 싶을 텐데.


생김새나 말이 비슷한 것도 그렇지만

결국 사람인데

마음도 비슷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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