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 단상

<선택지 없음>이 내 원동력

2023.8.31.

by 하얀밤



어쩌다 보니.




왜 공무원이 되었느냐,

왜 공무원을 계속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이렇게밖에 답할 수 없다.


정말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된 것은

내 생각이란 것이 없던 시절에

부모의 반강요로 이루어진 일이고,


공무원을 지금까지 하고 있는 이유는

딱히 내가 잘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만두고 싶은 때가 있었냐는 물음에는

'아니다'라는 답보다는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가 맞다.

정말로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공무원을 그만둔다는 요즘 젊은이들은

영어도 잘하고 다른 잘하는 것이 많은 듯한데

내 전공은 돈이 되기 힘든 분야였고

나는 영어 실력도, 그 외의 다른 스펙도 별로 없었다.


내 앞엔

세상 어디를 가도

이 길 하나밖에 없다는

무식한 믿음이 지금껏 나를 여기 있게 했다.


그게 '버티는' 거였냐면,

그건 아니다.


벼랑 끝에 서서

발 하나 잘못 디디면 죽는 입장이어서

싫고 좋고의 선택지가 없었다.

그냥 있는 거였다.


<선택지가 없음>

내 원동력이었다.


그 원동력이

하나에 잘 집중하지 못하는 내가

20년 가까이 한 가지를 일을 하게 했고

오래 하다 보니 잘하게 되기에 이르렀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나는 '선택지가 없었음'을 사랑한다.


나는

내 젊은 시절의 무식함과

다른 곳에 눈 돌리지 못할 만큼 좁았던 시야를

사랑한다.


이제 비로소

나를 살릴 길이

하나 남았다.

하나 남은 이 길에서

더 잘 해낼 방법을 찾는 것이

내 과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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