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가 대세입니다.
저는 대학시절엔 E로 시작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INFJ가 나옵니다. '선의의 옹호자'랍니다. 무슨 선의인지, 어떻게 옹호한다는 건지 정확한 뜻은 알 수 없지만 결과를 읽어보면 제 성향과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만나는 사람들이 MBTI가 뭐냐고 물어보는 빈도가 늘었습니다. 제 대답을 들은 사람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이 알고 있는 MBTI에 관한 지식을 떠올리며 '너는 I니까 어떠하고, N이라서 그럴 줄 알았어' 같은 말을 합니다. 저는 남이 저에 대해 분석하는 걸 보는 것이 흥미로워서 제 MBTI를 묻는 사람에게 기꺼이 제 유형을 말해 줍니다. 그리고 가늘게 뜬 상대의 눈 사이로 지나가는 생각들을 짐작해 봅니다.
'나에 대해 얼마나 이해한다고 느끼고 있을까' 하고요.
자신과 상대의 MBTI에 대해 그토록 궁금해하는 것은 나도 모르는 나와, 너도 모르는 너와, 서로 모르는 서로에 대해 간절하게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 혼란스러운 와중에는 앞으로 한 발짝 내딛기 조차 얼마나 두려운지요. MBTI의 유행은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함이 얼마나 큰 지를 알려주는 방증인 것 같습니다.
이분법적 사고에서 출발하여, 4 곱하기 4의 표에 정리된 16가지 유형이 얼마나 나를, 당신을, 서로를 잘 설명해줄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고, 이해한다고 믿고, 믿음 속에서 오해를 쌓아가고 있을까요.
오해가 불러올 나비 효과가 크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