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민, 김명주 <너 지금 컴퓨터로 뭐하니>'를 읽고
간단히 말해 그는 책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땅거미가 질 때부터 동이 틀 때까지의 밤 시간을 오로지 독서만 하면서 보냈고, 새벽부터 어두워질 때까지의 낮 시간에도 독서만 하면서 보냈다. 이처럼 거의 잠을 자지 못하고 독서에만 열중한 탓으로 결국 그의 뇌는 빈사상태에 빠지게 되었으며, 마침에 이성의 능력마저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는 자신이 읽은 모든 것 ㅡ즉 마법, 싸움, 도전, 부상, 구애, 사랑, 고통, 그 밖의 온갖 터무니없는 상념들ㅡ에 모든 정신을 빼앗겨 버렸다. 그는 상상의 세계에 너무 깊이 빠진 나머지 자신이 읽은 모든 환상적 요소들이 사실이라고 믿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곧 말을 타고 갑옷을 입고 모험을 찾아 세상을 돌아다니는 편력 기사가 되기로 결심하였다.
이 이야기는 인쇄술이 보편적으로 이용되기 전의 약 500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그 당시 사람들에게 인쇄술로 만들어진 '책'이라는 것은 정말 두려운 존재였습니다. 지금 여러분에게 인터넷이나 컴퓨터가 아직 낯선 애물단지 듯이 당시 책을 읽는다는 게 그다지 보편화되지 않은 상황이었으니까요. 그 시절의 책이란 구하기도 힘들었을 뿐 아니라 보통 사람이 책을 읽는다는 것조차 위험한 일로 비춰졌습니다. 왜냐하면 특별한 사람 가령, 신부나 학자와 같은 부류가 읽었던 것이니까요. 그래서 책은 사람을 현실과 소설도 구분 못하게 만드는 위험한 것으로 취급을 받은 것입니다. 그것은 지금 여러분들이 사이버 세상이나 인터넷 게임 세상에 갖고 있는 적대감과 같은 경우일겁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려서 부모들이 '우리 아이는 인터넷에 중독되었다'라고 걱정하는 것은 사이버 세상이나 인터넷 게임에 대한 막연한 적대감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마치 인쇄술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기에 사람들이 책에 대하여 가졌던 느낌처럼 말입니다.
황상민, 김명주 <너 지금 컴퓨터로 뭐하니> p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