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가치가 있는 글을 쓰고 싶어서

'가나가와 아키노리 <마케터의 문장>'을 읽고

by 하얀밤

제가 떠올리는 이상적인 '나'라는 사람은 멋진 풍경이 내려다 보이는 카페에 앉아 뜨끈하고 쌉싸름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여유롭게 책장을 넘기는 사람입니다. 현실에선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그 모습을 언제까지고 미룰 수 없는 노릇이지요. 미래를 조금이나마 현실로 당기고자 오늘도 틈틈이 읽고 씁니다. 읽기가 쓰기에 바탕이 된다는 것을 느낀 이후로 쓰기만큼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아, 제가 바라는 이상적인 '나'를 조금 수정해야 할 것 같네요. 풍경도 그대로고 커피도 그대로인 상황에서 책을 노트북으로 바꿔봅니다. 여유 있게 글을 쓰는 저, 생각만 해도 행복하네요.



저는 왜 이렇게 쓰기에 집착을 할까요? 고향을 찾는 연어처럼 처음부터 쓰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살아온 것 같습니다. 어릴 적부터 틈만 나면 써 갈겼던 (주로 부정적인 마음이 생길 때 썼기에 갈겼다는 표현이 적절합니다.) 일기장이나, 공들여 미니홈피를 꾸미면서도 유독 다이어리 메뉴에 집착했던 것이나, 젖먹이 쌍둥이를 키우면서도 잠을 줄여 써가며 인쇄까지 했던 육아일기, 그리고 언제든 부담 없이 글을 쓸 수 있는 블로그, 그리고 이 브런치까지요. 모두 쓰는 활동에 수렴합니다.



제 쓰기의 과정을 쭉 적어보니 흐름이 보입니다. 개인적인 비공개 글을 쓰는 것에서 공개적인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결국 쓰기란 소통과 공감을 전제로 하니까요. 나 혼자 쓰는 글도 좋지만 누군가에게 제 생각을 보여주고 공감을 얻는 것만큼 신나는 일도 없습니다. 특히나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얻는 공감은 고래 같은 사람도 브레이크 댄스를 추게 합니다.



제 생각을 더 잘,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싶은 욕망이 저한테 있었나 봅니다. 도서관에 들렀다가 <마케터의 문장>이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한 손에 들어오는 문고판 같은 책으로 딱 봐도 실용서 느낌이 납니다. 작가도 일본인입니다. 흠, 여기서 약간 멈칫했습니다. 일본식 자기 계발 서적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개인의 고유한 특성을 무시한 채, '잘 되고 싶으면 시키는 대로 따라와!' 하는 문체에 속을 연배는 이제 아니잖아요.


표지에 있는 '실전 테크닉33'이라는 말과 성공적인 마케팅을 상징하는 삽화가 더 읽기를 주저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그래도 이 사람은 책이라도 냈잖아?'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보다 한 발 앞서간 사람 앞에서 주름잡고 있었습니다.



읽게 된 계기를 참 길게도 쓰고 있습니다. 일본발 자기 계발서를 읽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긴 컸나 봅니다. 책 읽는 데 투자한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을 읽은 것은 참 좋은 일이었습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노력하여 성공한 사람에게서는 분명 배울 점이 있었습니다. 어디든 스승은 존재합니다.





마음을 열고 책을 여니 제 오랜 의문, '왜 나는 자꾸 쓰려고 하는가?'에 대한 답이 무심한 듯 툭 던져져 있네요.

문장이 가진 큰 힘 중 하나는 바로 '남는다'는 데 있다. 남는다는 것은 언젠가 누군가가 다시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고, 접하는 사람이 점차 많아짐을 의미하기도 한다.

가나가와 야키노리 <마케터의 문장> p76

제 글쓰기가 개인적인 곳에서 공개된 플랫폼으로 자연스레 옮겨간 과정에 숨어 있던 의미를 작가 덕에 찾았습니다. 제 생각을 남기고, 그것을 누군가가 읽고 본인의 생각처럼 사용하는 것, 즉 공감하는 것을 원했기 때문입니다. 접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더더욱 기쁜 일이고요.



작가는 좋은 글을 한 번에 써 내려가는 것이 힘들다는 것도 이야기합니다. 그 어떤 작가도 고쳐쓰기 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줄줄 써내려 갔던 글을 나중에 다시 읽었을 때 얼굴이 화끈거리던 경험을 누구나 했을 것입니다. 이 경험을 작가도 가지고 있었네요.

'환경을 바꾸어 읽는다'
놀랍게도 읽는 환경을 바꾸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된다.
밤에 쓴 문장을 다음 날 아침 일찍 다시 읽기, 워드로 쓴 문장을 출력해서 읽기, 컴퓨터에서 쓴 문장을 스마트폰에서 읽기, 서재에서 쓴 문장을 카페에서 읽기 등. 특히 오전에는 뇌의 잡념이 적기 때문에 문장을 다듬기에 가장 좋다.

가나가와 야키노리 <마케터의 문장> p120

마지막 문장은 좀 의아합니다. 오전에 뇌의 잡념이 적다고 하는데 저는 아니거든요. '뇌의 잡념'이라는 말도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잘 안 가고요. 이런 식의 단정 짓고 가르치는 말투가 역시 거슬립니다. 그래도 제가 기꺼이 택한 '스승님'은 고쳐쓰기에 대해 머리를 탁 칠 정도의 공감 가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환경을 바꾸면 머리가 리셋되는 느낌을 받는 것, 저도 그렇습니다. 장소를 바꾸고, 시간을 바꾸고, 읽는 기기를 바꾸면 보이지 않았던 오류들이 매직아이처럼 눈앞으로 튀어 오릅니다. 이렇게나 분명한 것들이 왜 보이지 않았던지 신기할 정도로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글에 진심이 담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촉이란 참으로 신기해서 글을 읽다 보면 작가가 의무적으로 쓴 글인지 진심을 담아 쓴 글인지 느낌이 옵니다. 후자의 글은 두고두고 읽고 싶고 다음 글이 기다려집니다. 진심이 담긴 글이 읽는 이의 마음을 울리는 것에 대해서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하네요.

아직 실적이나 명함이 없는 사람이 진정한 팬을 만들고 싶다면 꿈이나 목표를 공개적으로 쓰는 것이 좋다. '또?'라고 생각될 정도로 쓰고 또 쓰며 반복한다. 그리고 꿈이나 목표를 향해 악착같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넘어지고 쓰러져도 부끄러워하지 말고 그 모습을 솔직하게 꺼내 보인다.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모습에 사람들은 공감하고 어느새 응원을 건넬 것이다. 마침내 당신이 그 목표를 이루었을 때 자신의 일처럼 환호할 것이다. 그렇게 팬이 되는 것이다.

가나가와 야키노리 <마케터의 문장> p156

여기서 떠오르는 사람이 없으신가요? 제가 아미라서 그런지 저는 방탄소년단이 떠올랐습니다. 영세한 소속사에서 시작한 그들은 제대로 된 방송 기회를 잡지 못해서 영상을 스스로 찍어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데뷔 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올라오는 그들의 영상 속엔 언제나 같은 메시지가 흐릅니다.


'성공하기 위해 오늘도 나는 이렇게 열심히 산다'.


특히 데뷔 전과 데뷔 초에 올린 영상에는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는 두려움과 불안을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들의 진심이 영상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보는 이는 자연스럽게 이렇게나 열심인 사람들이 꼭 성공하기를 자기 일처럼 원하게 됩니다. 이 마음이 응원과 지지로 이어져 지금의 방탄소년단이 된 것입니다.

팬심이 발동하니 글이 자꾸 길어져서 자제를 해야겠네요.


아, 한 번만 더 팬심을 발동해 보겠습니다. 부산 콘서트에서 처음으로 안무를 선보여 화제가 된 방탄소년단의 노래 <달려라 방탄>의 가사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방탄의 성공 이유? 나도 몰라 그딴 게 어딨어
우리들이 모두 새빠지게 달린 거지
뭐라 하든 달린 거지
답은 여기 있어

방탄소년단 <달려라 방탄> 가사 중


방탄이 성공한 건 비결이 없다네요. 말 그대로 '쌔빠지게 달린 것'밖에요.

한 분야에서 성공하거나 전문가가 되는 길에는 지름길도 빠른 길도 없습니다. 이를 알면서도 지름길과 편한 길을 찾아보려 하는 저를 오늘도 다잡아 봅니다.

작가도 노력에 대해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이렇게 하나씩 도전의 폭을 넓히게 되었다. 단번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 단계, 그리고 그다음 단계. 가능한 것들을 천천히 시도하다 보니 어느새 성장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나가와 야키노리 <마케터의 문장> p156

하나씩 도전의 폭을 넓혔다, 가능한 것을 천천히 시도하다 보니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했다는 표현이 참 담담하게 적혀 있지만 저 몇 안 되는 문장 속에 담긴 작가의 피나는 노력을 저는 압니다. 얼마나 많은 유혹과 불안을 견뎌냈을지를요. 덕분에 그의 글은 바다를 건너와 얼굴도 모르는 타국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작가는 마케터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제품을 팔고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인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는 마케터가 아니더라도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본인이 부족하다고 여겼던 부분을 차곡차곡 메워줄 조언들이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저에게는 '셀프 브랜딩'이 그것이었습니다. '브랜딩'이라는 말이 너무 상업적인 느낌이 나서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지만 '신용을 높이는 행위'라고 해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저 사람의 글은 읽을 가치가 있어, 저 사람의 생각은 나와 통해, 저 사람의 글이 기대돼.'와 같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요.



덧붙여, 글로써 돈이 벌린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는 욕구를 태연히 드러내는 것이 무슨 잘못이겠습니까.

즐거운 글쓰기가 돈까지 벌어다 준다면, 그 돈이 나에게 경제적 여유뿐만 아니라 시간적 여유까지 준다면?


, 생각만 해도 너무 행복하네요.

부푼 희망을 품고 오늘도 저를 담금질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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