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돈을 벌고 싶은지 생각해 봤나요?

'피터 린치 <피터 린치의 투자 이야기>'를 읽고

by 하얀밤

돈을 버는 것에 무심한 저도 몇 년 전부터 부동산과 주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살고 있는 집의 가격에 변동이 생기고 직장에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틈날 때마다 코인과 주식 이야기를 하니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절친들이 부동산과 세금 이야기를 할 때면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를 못 하고 눈만 굴리고 있던 제가 부동산 카페에 가입을 하고 주변 사람이 투자한 주식이 어느 회사의 것인지 물어보게 되는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언젠가 친구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돈을 얼마나 벌고 싶어?"

10년 지기 친구 둘과 부동산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한 명은 최근 몇 년간 일었던 부동산 열풍에 잘 올라타 재산을 많이 불린 상태였고 나머지 한 명도 부동산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갓 이사를 한 상황이었습니다. 긴 인연을 이어오는 동안 두 사람이 부동산 이야기를 할 때 먼산을 보던 제가 부동산 용어를 알아듣고 대화에 끼니 친구가 신기해하며 저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저는 대뜸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방탄 굿즈를 사고 싶을 때 살 수 있을 만큼?"

"뭐래~"

"야, 방탄 굿즈 꽤 비싸다."

가만히 듣고 있던 나머지 한 명이 말했습니다.

"왠지 쟤한테는 저 말이 맞는 것 같아."

제가 얼마나 경제나 투자에 관심이 없는 이미지를 가진 인간인지를 알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돈은 꼭 있어야 하고,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일까요. 이렇게 되어 버리면 가져도 가져도 돈에 목마른 사람이 될 것 같습니다.

필요한 돈의 양은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요. 나라는 인간에 대해 아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임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나를 알아야 나에게 돈이 주는 의미와 내 욕망을 채울 만큼의 돈의 양을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저부터 살펴보자면, 저는 돈에 관심 없는 사람이 절. 대. 아닙니다. 의식주가 불안정하다면 불안함에 글 한 줄도 제대로 못 읽을 사람이 저입니다. 먹고살 만큼의 급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글을 쓸 멘탈을 유지하고 있다는 걸 저는 압니다. 관심이 없는 듯 하지만 관심이 없지 않는 상태랄까요. 혼란스럽네요. 돈을 대하는 제 마음에 정의를 내리지 못하니 이렇습니다. 이 혼란함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제가 속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선 지식을 쌓고 배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배울 것이 너무 많아 우선순위를 정해야 했습니다. 부동산은 그나마 듣고 본 게 있으니 주식에 대해 알고 싶어 졌습니다. 주식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 주식 잘못하면 망한다 같은 말밖에 모르는 수준에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막막하던 차에 독서클럽을 같이 하는 동료가 주식 투자를 한다 해서 그녀에게 주식 초보가 읽기 좋은 책을 추천해 달라 했습니다. 그녀는 대뜸,

"S&P 500이 뭔지 알아?"

하고 물었습니다.

"그게 뭔데?"

제 대답에 잠시 침묵하던 그녀는 피터 린치의 책부터 읽어보라 했습니다. 이 사람의 책은 다 괜찮다고, 그중에서도 <투자 이야기>라는 책이 초보가 보기 좋으니 자신의 책을 선뜻 빌려주겠다 했습니다.

"읽다가 마음에 들면 사."

빌린 책으로 5분의 1 정도 읽다가 피터 린치의 조곤조곤하고 재치 있는 문체에 반해 바로 주문해 버렸으니 그녀의 책추천은 성공적이라 하겠습니다.





피터 린치는 처음부터 주식 투자의 비법에 대해 말하지 않습니다. 주식이 탄생하게 된 필연성을 설명하고 인류의 발전에 주식이 어떻게 공헌했는지를 저처럼 무지한 사람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쉬운 말로 설명해 줍니다. 주식의 유래 부분은 재미있는 역사 수업 같아서 이 사람이 투자자인지 역사 선생님인지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주식의 역사를 읊어주면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개인의 자산을 불리는 것을 넘어 이웃과 사회와 국가에 도움을 준다고 하니 이거 원, 주식을 몰랐던 제가 너무 부끄러워집니다. 인류의 발전에 역행한 기분입니다. 그는 또 주식의 가치가 경제 발전과 함께 결국 상승하기 마련이므로 소액으로 큰 이익을 보려면 한날한시라도 빨리 주식에 돈을 넣으라고 합니다. 20대와 40대인 두 사람이 60대가 되어서 같은 규모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할 때, 이 둘이 주식에 투자한 시간의 차이에 따라 투자한 자본금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를 그림으로 보여준 페이지를 볼 때는 인생을 잘못 산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나는 벌써 40대인데! 이제 주식이 뭔지 배우고 있는데! 늦어도 한참 늦은 것 같은 패배감에 마음이 쪼그라들었습니다.


당장 주식을 사야할 것 같은데도 주식으로 돈 번 사람보다 잃은 사람 이야기가 더 많이 들려오니 내 돈을 내놓기가 무서워집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는 아주 일관된 조언을, 끊임없이 반복합니다.

수익률을 내기 위해서는 주식시장이 좋은 나쁘든 주식에 대한 충성을 맹세해야 한다. 당신의 돈과 주식이 결혼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어떤 회사 주식이 좋은지 분석하는 업무에는 탁월한 능력이 빛을 발휘한다. 하지만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주식을 오랫동안 보유하고 있을 용기와 인내심이 없다면 평균 수준의 투자자에 불과하다. 훌륭한 투자자와 그렇지 못한 투자자를 구별하는 기준은 지적 능력이 아니라 원칙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주식을 팔지 말고 보유하고, 이런저런 방법을 알려주는 똑똑한 충고를 무시하면서 멍청한 당나귀처럼 행동하라.

피터 린치 <피터 린치의 투자 이야기> p153
주식 투자로 큰 수익을 거두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여윳돈을 따로 떼어내 주식에 투자하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냥 묻어두는 것이다. 특히 여러분이 아직 젊다면 시간은 여러분의 편이라는 점을 명심하라. 주가가 하락하면 불안하고 마음이 아플 것이다. 그러나 주식을 팔지 않으면 손해는 실현되지 않는 것이다. 주식시장에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있어야 시장이 최대의 수익을 올리는 예측 불가능한 상승세에 편승해 이익을 충분히 거둘 수 있다.

피터 린치 <피터 린치의 투자 이야기> p156


그의 조언을 요약하면 '하루라도 빨리, 소액이라도 주식에 투자를 하되 상승장과 하락장에 구애받지 말고 장기간 묻어두라'입니다. 하락장이 오더라도 견딜 수 있는 뚝심을 가지고 언제 올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상승세에 올라타야 주식으로 얻는 이익이 채권이나 예금으로 얻는 이익을 앞서갈 수 있다, 이런 말입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경제 발전에 대한 믿음과 인내심이 주식 투자자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마인드이고 전부입니다. 내 돈의 가치가 뚝뚝 떨어질 때도 언젠가는 큰 이익을 보는 날이 올 거라는 믿음으로 견디는 마음! 아, 이 마음을 가지는 것이 과연 쉬울까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안정적인 의식주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책 한 줄 못 읽는 저 같은 소심쟁이에겐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이런 생각을 저만 하는 건 아닌가 봅니다. 피터 린치는 저 같은 소심한 사람을 위한 조언도 놓치지 않습니다.

일부 투자자는 수익률이 평균을 웃도는 펀드를 고르는 일이 어렵다며 포기한다. 대신 시장 평균을 그대로 따라가는 펀드를 선택하는데, 이런 펀드를 '인덱스 펀드'라고 부른다. 인덱스펀드는 펀드매니저가 필요 없고 자동으로 시스템에 의해 운용된다. 인덱스펀드는 특정 지표에 포함된 종목을 매입한 다음 보유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인덱스펀드에는 보수를 지급해야 하는 전문가도 없고 관리비와 주식을 사고파는 데 들어가는 수수료도 없다. 특별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도 없다. 예를 들어 S&P500 지수 펀드는 S&P 지수를 구성하는 500개 종목을 모두 사들인다.
S&P500은 널리 알려진 시장 평균 지수이다. 따라 이 펀드에 투자하면 항상 시장 평균 수익 정도는 거둘 수 있다. 최근의 펀드 실적을 보면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대다수 펀드의 수익률보다 시장 평균 수익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터 린치 <피터 린치의 투자 이야기> p168


, 드디어 저에게 책을 추천해 준 동료가 말한 그 S&P 500이 나오네요. 여윳돈이 생기면 S&P 500을 산다던 그녀 의 말도 떠오릅니다. 그게 무슨 의미였는지 이제 알겠습니다. 그녀의 투자 성향도 짐작이 가네요. 이제 제가 해야 할 일은 오직 'S&P500'지수 펀드에 투자하는 것밖에 없는 것 같아 보입니다!!




생각이 온통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는 쪽으로 우당탕 쏠리는 듯 합니다. 피리 부는 피터 린치를 따라서 돈뭉치를 들고 걷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이쯤에서 브레이크를 한 번 걸어야겠습니다. 피터 린치든 워런 버핏이든 그 어떤 주식 투자자든, 혹은 부동산 투자자든 간에 모두 같은 목표를 말합니다. 돈을 '많이' 번다는 목표말이죠. 그들은 돈이 인생에서 너무나 중요한 것이고 많은 돈이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에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습니다.


이제 이 글의 처음으로 되돌아가,

나에게 있어 돈이 가지는 의미는?

나는 얼마만큼의 돈을 벌고 싶은가?

이 두 질문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저에게 돈은 저와 가족의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꼭 필요한, 생계의 필요조건입니다. 그러나 행복의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어마어마한 돈을 가졌으나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었던 우리나라 최고의 부자를 떠올려봅니다. 돈의 양과 행복은 비례하지 않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저는 어느 정도의 돈을 갖고 싶어 할까요? 어느 정도의 돈이 저에게 '많은' 돈일까요. 피터 린치에게는 수백 억 달러 수준이겠지만 그 정도는 원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키우기 좋고 교통이 편리하며 번화가가 가까운 곳에 있는 아파트를 소유하고, 중대형 승용차를 타고, 1년에 한두 번은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가며,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돈 걱정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정도를 원한다고 거침없이 써 내려가 봅니다. 가감 없이 쓰다 보니 우리 가족의 급여로는 충족하기 힘든 수준임이 느껴집니다. 급여를 넘어선 돈을 얻는 방법은 투자밖에 없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합법적으로 재산을 늘리는 방법이지요.


이제 마냥 급여만 받는 생활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과감하게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남들이 한다고 좋아 보여 같이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받아들일 이유를 찾아야 하는, 약간의 집착에 가까운 제 특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된 것도 같습니다.


40대라 늦었다는 생각이 자꾸 여운을 남기지만요...

이 책 어딘가에 주식 투자는 늦은 때가 없다는 문구를 본 것도 같습니다.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읽을 가치가 있는 글을 쓰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