탓하지 마

2023.4.8.

by 하얀밤


내가

책에 집중하기 위해선

세상이 숨을 죽여야 한다.


아이들은 TV를 꺼야 하고

바깥사람들은 조용히 다녀야 한다.


음악은 없는 게 좋지만

굳이 틀어야 한다면 조용한 피아노 음악이면 좋겠다.


나에게 말을 시키면 안 되고

궁금한 게 있어도 참아야 한다.


의자는 적당히 등을 받쳐줘야 하며

쿠션도 너무 딱딱하거나 너무 푹신하면 안 된다.


책은 바닥에 놓는 것보다는

독서대에 45도 정도로 기울여 놓는 게 좋다.


시간은 오전이 좋고

늦은 오후의 태양빛이 짙어질수록

하루가 끝나가는 것 같아

책보다는 태양빛이 신경 쓰인다.


어떤 냄새라도 너무 짙으면 안 되고

옅은 허브향이나 자스민향이 적당하다.



.

.

.


숨 막히지 않는가.

독서를 하기 위한 조건이.

누가, 무엇이, 어디가

이 조건을 만족시켜 줄 수 있을까.


'오늘은 이래서 안 돼.'

'여기는 이래서 안 돼.'

'지금은 이래서 안 돼.'


탓하기는 참 쉽다.


탓을 하는 내 습성이

얼마나 내 발목을 많이 잡았었는지,

얼마나 나를 지질하게 만들었었는지,

얼마나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었는지.


대과거형을 쓰는 이유는

탓을 하는 악순환을 연결고리를 인식한 이후로

이를 끊기 위해 노력 중이기 때문이다.


간절하게 욕망하면

어떤 환경에서든, 뭐든 가능하다는 거

내 삶에서 제대로 실현시켜 보려고.



매거진의 이전글직업인으로서의 정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