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Job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준현 Apr 19. 2020

10. 스타트업에서 외국계 IT기업으로

이직, 나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

약 2년 간 머물렀던 스타트업에서 러닝 커브(learning curve)가 완만해질 때 즈음 새로운 성장 기회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 링크드인과 각종 취업 포털 사이트를 둘러보다 보니 몇 가지 포지션이 눈에 띄었고 총 세 개의 기업에 지원했다. 수 차례 면접을 거친 후 세 개중 두 개 기업으로부터 오퍼 레터(offer letter)를 받았고, 2016년 11월 오라클에 입사했다.

주변에서 외국계 IT기업 이직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오늘은 나의 경력직 이직 경험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2016년 가을 이직 시장에 나와 세 개 회사의 면접을 거치며 깨달은 것이 있다. 이직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 중 하나라는 점이다.

나는 어떤 회사와 잘 맞는가?  

이 세상에는 수많은 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직원 수나 매출 규모에 따라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으로 분류되기도 하고, 출자 성격에 따라 공기업과 사기업으로 나뉘기도 한다. 또한 본사가 어디냐에 따라 외국계와 국내 기업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구분에 따라 기업의 성격이 매우 다르고, 같은 분류에 속하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분위기나 사풍이 각양각색이다.

이 중 당신과 잘 맞는 기업이 분명히 있다. 나 또한 세 개 회사의 면접 경험을 통해 내가 어떤 곳에 적합한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1. 외국계 IT기업 A사 (이니셜은 실제 회사명과 전혀 관련이 없다) 

이직을 결심하고 처음 알아본 포지션은 외국계 IT기업 A사의 공채 자리였다. 친한 언니가 신입으로 입사한 곳이었는데, 2016년 봄 즈음 신입 공채를 뽑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평소에도 눈여겨보던 곳이라 2년의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새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입사지원서를 냈다. 운 좋게도 서류 통과 후 몇 차례 면접을 거치고 나니 어느새 사장님 1:1 면접이 남아있었다. 자세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사장님과 약 30분 정도 면접을 보았고 며칠 후 최종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돌이켜보니 사장님 면접 중 회사가 생각하는 인재상과 내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당시 A사 사장님의 성향은 보수적이었고, 선례를 잘 따르는 자세를 가진 사원을 선호했다. 실제로 '들어오면 납작 엎드려서 선배들로부터 배울 생각을 해야 한다'라는 언급을 하셨는데, 나와 대화를 나누며 내 성향이 회사의 지향점과는 다르다는 걸 느꼈으리라.


#2. 국내 IT기업 B사 (역시 이니셜은 회사명과 관련 없다)

두 번째로 알아본 포지션은 국내 IT회사의 솔루션 영업직이었다. 기존에 하던 일과 성격이 비슷하면서 더 큰 규모의 시장을 대상으로 영업을 할 수 있었고, 회사 차원에서도 마케팅 등을 통해 해당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던 터라 포지션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두 세 차례의 면접을 거쳐 합격을 하고 오퍼 레터를 받았지만 두 가지 이유로 B사에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첫째, 면접 경험이 좋지 않았다. 이전 글인 좋은 스타트업을 고르는 법에서 '압박면접'을 잘 못 이해한 사례를 잠깐 소개했는데, 면접관들로부터 비슷한 류의 질문을 받았었다. 남자 친구가 있냐, 술은 잘 마시냐는 등 업무와 관계없는 질문, '우리는 주말 출근이 필수인데 워라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등의 질문을 받았다. 둘째, 오퍼 레터에서 제시한 연봉이 너무 낮았다. 경력직으로 입사하는 것이었고 이전 직장의 연봉에 대한 증빙자료를 제출했으나 오히려 기존보다 낮은 급여를 제안받았고, 나를 저평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3. 한국오라클

위 B사의 면접과 동시에 한국오라클의 클라우드 솔루션 영업 포지션 면접을 진행했었다. 수십 년 간 비즈니스를 영위해온 IT 회사의 신설 부서에서 새로운 솔루션을 영업할 수 있다는 기회가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약 1개월 간 서너 번의 면접을 거친 후 오라클에 합류했다. 오라클에 합류를 결정한 이유는 위 B사의 반대라고 보면 된다. 성장의 기회가 보였음은 물론이고 면접 중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을 하는 면접관이 없었으며 최종 오퍼 레터에 제시된 연봉 또한 기존 회사에서 받았던 수준보다 높았다.

오라클 디지털 프라임 부서 동료들과
내 강점은 무엇인가?

내가 A사에는 최종 불합격을 했고, B사와 한국오라클에 최종 합격을 한 이유는 뭘까? 이는 회사가 찾고 있는 인재상이 내가 갖고 있는 성향이나 강점과 일치하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합격을 한 두 회사는 2016년 가을 신생 부서를 세우고 이를 한창 키워가는 단계에 있었다. 시장에 솔루션을 첫 선을 보이는 시기였고, 면접관은 후보자를 평가할 때 신규사업을 해보았던 경험과 사업을 0에서 1로 만드는 능력을 중시했을 것이다.


합격을 하고 나서 당시 면접관이었던 팀장님께 왜 나를 뽑았는지 물어볼 기회가 있었다. 내 가설과 같이, 팀장님께선 신생 회사에서 영업해본 경험을 높이 샀다고 말씀해주셨다. 당시 지원자 중 스타트업 유경험자가 많지 않았기에 내 이력서가 오히려 눈에 띄었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며 영업 노하우를 스스로 쌓아갔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또한 입사 후 90일간의 플랜(30-60-90 day plan)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에서 90일 동안 2개, 1년 동안 24개의 기업을 수주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공유하며 '창의적인' 실행 계획을 같이 제시한 부분이 기억에 남았다고 한다.

면접에서 발표했던 30-60-90 Day plan의 실행계획 일부. 특별히 독자들에게 공유해본다.




이렇듯 이직은 나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다. 나는 이직 경험을 통해 내 강점에 대해 더 뚜렷이 알게 되었고, 어떤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하며 나와 결이 맞는지 알게 되었다. 이직처를 알아보고 있는 그대, 합격통지서를 받지 못했다고 낙담하지 말자. 당신이 가진 강점을 필요로 하는 회사, 당신과 결이 맞는 회사가 어딘가에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09. 이직을 해야 할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