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어가는 시간 #5
자연출산 교육을 다녀온 날로 기억한다.
병원을 나와 우리는 한참을 함께 걸었다. 각자가 가진 고민, 서로에 대한 걱정과 배려의 생각으로 가득 찬 발걸음을 멈춘 것은 남편의 말이었다.
"우리 어디 잠깐 앉았다 갈까?"
"그럴까?"
우리는 이야기 나누기에 적당한 장소를 찾아 주변을 빠르게 눈으로 훑었다.
"저기 어때?"
남편의 손끝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가니 벽돌로 장식된 내부가 눈에 띄는 아담한 피자집이 눈에 들어왔다.
피자와 술을 함께 파는 것으로 보이는 가게였다. 선뜻 들어가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의 메뉴들을 갖추고 있을 듯했지만 나는 남편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우리는 길가가 보이는 창가의 긴 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날이 더워지는 계절이라 창문이 열린 채로 오가는 차들을 볼 수 있었다. 넓은 창으로 저녁 바람이 그대로 들어왔다. 남편은 칵테일 한 잔을 주문했다. 술이라면 맥주 한 모금에도 얼굴이 발개지는 남편보다는 내가 잘 마셨지만 임신한 후부터는 일절 마시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남편이 주문한 술을 앞에 놓고 우리는 출산해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보는 자연출산 병원에서 아이 낳는 거 어떻게 생각해?"
병원에서 받은 교육 이외에 대략적인 출산 방법에 대한 설명과 자연출산 과정을 담은 영상 등의 자료를 남편과 공유한 상태였다.
"뭐 나는 사실 다른 출산 방법은 잘 모르니까. 이제 다르게 낳는 건 생각을 못 할 것 같아. 네가 마음 편하고 좋은 대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산부인과에 가본 적이 없을 남편은 일반 병원에서는 어떻게 진료하고 어떤 출산 과정을 거치는지 비용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몰랐을 터였다. 나의 설명으로 그 차이를 대강 짐작하는 정도였다. 본 적은 없지만 간접적으로 경험한 자연출산 방식이 산모와 아이에게 좋음은 물론 아빠인 자신도 출산 과정에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매력을 느끼는 듯했다.
그러나 남편의 자발적 실직 상황에서 비용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돈은... 괜찮을까? 병원비랑 집에서 산후조리할 도우미 이모님 부르고 하면 꽤 들 텐데."
"일단 있는 돈으로 진행은 가능하고 내가 아르바이트 시작할 테니까 뭐 감당은 될 거야. 걱정하지 마"
"그래, 또 길이 있겠지"
원하는 출산을 할 수 있도록 내 뜻을 지지해 주는 남편이 고마웠다.
나는 남편 앞에 놓인 술잔을 응시하다 창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조용한 저녁을 가르며 오가는 차들이 눈에 들어왔다. 헤드라이트를 켜고 어둠을 뚫고 나가는 차들처럼 내 앞에도 어떤 빛이 비치기를 바랐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