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의 동료들과 오랜만에 긴 산책을 했다. 코로나 이후 이렇게 긴 산책은 처음인 것 같다. 마스크를 쓰고 오래 걷기는 쉽지 않으니까. 조금 추웠지만 오래 걸었기 때문에 몸이 충분히 따뜻해졌다.
점심을 먹고 핸드드립 커피를 텀블러에 담아 한 시간 반가량을 걸었다. 성북동 성곽길을 따라 성대를 지나 중앙고등학교를 통과했다. 목표는 광화문 교보문고. 지나는 거리마다, 장소마다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었다. 대체로 그리운 마음이 드는 걸 보면, 이 길과 연관된 사람들은 내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구나. 나도 참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았다.
기분이 좀 이상했다. 성곽길을 제외하고는 이미 알고 있는 길이었는데, 함께 걷고 있는 이들은 과거의 나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몇 년 전까지 서로의 존재조차 몰랐는데, 내가 이미 걸었고 오래 알았던 풍경을 함께 경험하고 있다니. 모든 것이 다 바뀌고 있는데 나만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보다는 아무리 알고 있는 길이라 할지라도 새로운 사람과 걸으면 그 길은 첫길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함께 걸었던 이들은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관심 없겠지. 그들에게도 다 제 몫의 생각과 느낌이 있을 테니. 내가 이 길 위에서 지난 시간을 생각했던 것처럼 그들에게도 저마다의 역사가 있을 거다.
몇 번의 의기투합, 기분 좋은 협력이 있었다 할지라도 어리광 부리거나 쉽게 생각하는 마음은 내 안에 남겨두고 싶지 않다. 내 몫의 고독, 내 몫의 자립은 꼭 지키고 싶다. 그 얼마간의 거리감이야말로 다 안다는 오만한 생각을 잠재우고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마음의 자리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내가 그토록 원하는 성숙한 자유를 지키는 일과도 맞물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