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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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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나 Dec 03. 2019

보도에도 품격이 있다.

 보도란 무엇일까? 보도의 뜻은 본래 '대중 전달 매체를 통해 사람들에게 새로운 소식을 알리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서 우리는 '대중 전달 매체'가 이제 단순히 TV나 신문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Youtube, Facebook, 개인 SNS 등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누구나 새 소식을 알리는 것이 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옆집 아저씨도, 꼬마 숙녀도 누구나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귀찮음과 조금의 품을 견뎌낸다면 보도를 할 수 있는 대중 전달 매체가 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요새는 나에게 보도되는 뉴스와 정보가 참 많은데도 공허함을 느낄 때가 많은 것 같다. '이런 걸 뉴스라고?' 하는 울컥함이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알맹이 쏙 빠진 뉴스. 누가 봐도 억지로 끼워 맞춘 것만 같은 가짜 뉴스.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양산해 내는 것만 같은 편파적인 뉴스 등. 볼 것은 많은데 볼 것이 없다. 겉은 화려한 데 속은 텅 비어있다. 분명 오랫동안 읽었는데도, 들어오는 정보는 얕기만 하다.


보도의 품격 

 보도에도 품격이 있다. 말에도 품격이 있듯이. 이기주 작가의 저서 <말의 품격>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품격이 드러난다. 나만의 체취, 내가 지닌 고유한 인향은 내가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보도도 그렇다. 짧은 시간을 보아도 유용한 정보들로 알맹이가 꽉 찬 보도가 있다. 이런 보도들은 공장에 찍어내듯 짧은 시간의 품을 들이는 일반 뉴스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오랫동안 준비하고, 끈질기게 추적하고 파헤쳐야지만 뉴스는 그 본질을 드러낸다. 내가 하는 말들에 그동안 쌓아온 내공과 품격이 드러나듯, 보도에도 품격이 나타난다.

 품격이 나타나는 탐사 보도 프로그램은 여럿 있지만, 그중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를 주목하려 한다. 2018년 2월 첫 방송을 시작한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시작부터 기대를 모았다. 'MB저격수'라고 불리며 끈질긴 추격을 이어오던 주진우 기자의 공중파 진출이 그 이유 중 하나였다. 또한 MBC의 정상화 후 첫 론칭되는 보도 프로그램이기에 더욱 그랬다. 첫 방송의 주제 역시 MB의 다스 논란으로 시청자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후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1회성 보도가 아닌, 각종 비리와 부패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탐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에 보도의 품격이 드러나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 깊이와 내공이 궁금해졌다.


탐사기획, 끝까지 판다. 

 세상에 뉴스들은 많다. 하지만, 이슈 이후의 모습에 주목하는 뉴스들은 드물다. 각종 비리에 연루되거나, 안전사고 등이 일어난 후 적절한 처벌이 내려졌는지, 문제에 개선이 있었는지 궁금하지만 후속 보도가 없어 해당 이슈는 금세 잊히기 일쑤다. 故 김용균 씨 사망사고도 그랬다. 2018년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운송설비 점검을 하다가 사고로 숨지는 비극이 있었다. 신입사원인 故 김용균 씨가 부모님 앞에서 양복을 입고 들떠하는 모습의 동영상은 아직도 국민들의 머릿속에 또렷이 남아있다. 그러나 왜 신입사원인 그가 이런 끔찍한 사고를 당해야 한 건지, 산업현장에 변화가 있는지 그 후 현장의 모습을 다룬 보도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달랐다. 2019년 8월 방영된 '목숨에도 등급 매긴 죽음의 발전소'편은 여전히 열악한 하청직원들의 근무 실태에 대해서 보도했다. <스트레이트>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 시, 해당 부서의 벌점을 부여할 때 정직원은 12점, 하청 노동자는 4점을 매긴다. 신분에 따라 목숨의 등급을 매기는 셈이다. 하청 노동자를 동등한 인격으로 여기지 않는 충격적인 실태를 담은 해당 보도는 잊힐 뻔했던 끔찍한 사고에 대한 이슈를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선정한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했다.

 이슈에 대한 심도 있는 보도. 그리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끝까지 파는 자세. 그것이 바로 공장형 뉴스와 비교할 수 없는 보도의 품격이 나타나는 뉴스다. 김용균 씨 사고 이후,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되어 오는 2020년 1월 16일부터 시행된다고 한다. 법이 해당 문제를 올바르게 담았는지, 법 시행 이후 하청업체를 비롯한 국민의 안전에 관한 문제가 개선되었는지, 더욱더 끝까지 파는 <스트레이트>를 기대한다.  


스트레이트, 구부러지지 않는다.

"방향을 잃지 마라. 발 밑의 어둠이 날 붙잡더라도. 내 눈이 멀지라도 불빛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
- 드라마 <보좌관> 대사 中

 좋은 보도란 무엇일까?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는 좋은 보도다. 사회를 보다 좋게 만들려는 의지를 담은 보도는 좋은 보도다. 거짓이 없는 보도는 좋은 보도다. 하지만, 이러한 보도를 하기 쉽지 않다. 사회가 선과 악이라는 단순한 관념으로 나뉘어 있다면 좋은 보도를 찾아내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해관계들이 얽혀있는 사회에서는 누군가의 선이 누군가의 악이기도 하다. 정치적인 이념이 더해진다면 그 정도는 더욱 심해진다.  

  좌파냐 우파냐의 색깔론, 불순한 의도가 담긴 것은 아니냐는 음모론이라는 색안경의 틀을 벗고서, 좋은 보도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그렇게 좋은 보도의 본질은 쫓다 보면, 모두가 추구하는 이념인 평등, 정의, 정직 등의 원칙을 추구하는 보도임을 알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비교적 우리 모두가 소망하는 공동의 원칙에 가까운 뉴스를 사회에 파생하고자 노력하는 언론이 아닐까 싶다.

 최근 방영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자녀의 스펙에 관한 내용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함께 드러난 우리 사회의 평등에 관한 원칙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보도였다.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의료기기 사용법을 숙지하지 못하면 수행할 수 없는 '의과학 포스터'를 고등학생이 이뤄낼 수 있었던 까닭, 기존의 실험 성과에 사실상 이름만 올렸을 것으로 강하게 의심되는 대목들에 <스트레이트>는 주목했다. 이는 지난 10월 방영한 '"스펙 만들어드려요" ‘계급 대물림’ 사교육 서비스' 보도와도 연결된다. 몇 십만 원부터 수천만 원까지 호가하는 ‘입시 컨설팅 업체’를 통해 스펙들을 준비하는 학생들. 국제학술대회 논문 저자와 같은 현실적으로 고등학생 수준에 감당하기 어려운 스펙들을 쌓는 불공정성에 대한 이슈 제기를 <스트레이트>는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해내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MB정부가 가지고 있는 의혹에 대한 수사, 세월호 이면에 드러나지 않는 문제, 삼성이 개입된 정경유착 사태 등 공중파에서 쉽사리 다루기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도 <스트레이트>는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다. 어떠한 외압이나 단체에도 구부러지지 않고 모두가 추구하는 원칙을 향해 달려가는 그 신념이 눈여겨 볼만 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한 신념을 기반으로 정의로운 사회, 정직하고 투명한 사회를 향해 올곧게 달려가는 <스트레이트> 정신을 계속해서 보고 싶다.


 그렇다. 앞서 언급한 얕은 뉴스와 비교해볼 때, <스트레이트>를 비롯한 좋은 탐사 보도 프로그램과 기사들이 전하는 보도들은 조금 다르다. 보도에도 품격이 있다. 보도 자체는 새로운 소식을 알리는 행위일 뿐이지만, 보도의 품격은 그 소식이 담고 있는 긍정적 신념에서 비롯한다. 끊임없이 양산되는 가짜 뉴스들, 이익을 위한 거짓 뉴스들이 사라지고, 우리가 매일 접하는 뉴스들이 조금 더 품격 있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품격 있는 보도들이 쏘아 올린 작은 공으로 우리가 사는 사회도, 조금 더 원칙이 통하는 품격 있는 사회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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