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7음 & 온음과 반음
사람이나 사물, 어느 것이나 자기 이름을 가지고 있다. 보이지는 않지만 음악에 사용되는 음들도 자기의 고유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음이름(Pitch Names)'이라고 한다. 음이름은 특정 음높이(Pitch)에 부여된 절대적인 값으로 변하지 않는 고유한 이름이다.
조성 음악이 근간이 되어 발전한 서양음악을 중심으로 공부하게 될 때, 음에 대한 기본적인 사고는 조성(Tonality)을 떼어놓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뿌리 속에 그 개념이 내재되어 있다. 이 부분을 알아가는 긴 여정은 7개의 기초 원음부터 시작하여 차근차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가장 기본적으로 배우게 되는 기초 원음은 다음과 같다.
음이름은 피아노 건반을 함께 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먼저 악보에 순차적으로 기보된 C, D, E, F, G, A, B 일곱 개의 음은 음악에서 사용되는 음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음으로 모두 피아노의 흰건반(White Key)으로 연주된다. 이들을 '원음(Natural Tone)' 혹은 '기초 7음'이라고 부르며, 위/아래로 음이 지속되면서 일곱 개의 음들이 반복되는 형태를 보인다. (C-D-E-F-G-A-B-C-D-E-F-G-A-B-C-D-E...)
각 나라별로 사용되는 음이름은 모두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영/미식 표기(알파벳)를 국제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탈리아 음이름의 경우 '도-레-미-파-솔-라-시'로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고 익숙한 음이름인데, 사실 이 음명은 원래 계명창을 위해 만들어진 이름에서 따와 사용된 것이다. 계명창에 대한 부분은 나중에 알아보도록 하고, 여기서는 영/미식 음이름인 알파벳을 기준으로 음이름을 사용하도록 하겠다. (추후에 코드를 읽을 때 용이하다.)
다시 한번, 7개의 원음은 순차적으로 계속해서 반복된다. 한 출발음으로부터 여덟 번째 음은 다시 그 이름이 반복되어 음높이는 다르지만 같은 음이름을 가지며, 이 두 음 사이의 관계를 옥타브(Octave)라고 한다. 'Octave'는 8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온 말로, 배음에서 다뤘듯이 한 옥타브 차이 나는 두 음의 진동비는 1 : 2로 나타난다. 이 한 옥타브 차이의 음은 높이는 다르지만 같은 음으로 인지하게 된다.
그런데 계속해서 음이 반복되면 높이는 다르나 같은 이름을 가지는 음들이 계속적으로 나오게 될 것이다. 때문에 같은 음이름이지만 정확히 어떤 높이에 있는 음인가를 표시하기 위하여 각 음역에 따른 음이름 표시방법이 생기게 되었다. 물론 보표를 사용하면 어떤 높이의 음인지 쉽게 알 수 있지만, 이 표시방법을 사용하면 보표 없이 문자만으로도 음 높이를 정확히 표기할 수 있다. 나라별로 여러 가지 표기 방법이 있지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미국식 표기법을 소개한다.
다음과 같이 알파벳 대문자와 소문자, 숫자 첨자를 이용하여 옥타브 별로 각 음역을 표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피아노의 음역을 이 방법으로 표기해보면, 바로 A2 ~ c5. 사실 직접적으로 악보에 사용할 일은 없지만 악기의 음역 등을 보표 없이 나타낼 때 종종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기초 7음은 오선보로 볼 때 마치 모든 음이 균일하게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각 원음 사이에는 음 거리가 넓은 것과 좁은 것이 존재한다.
이는 피아노 건반을 통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바로 흰건반 사이에 위치한 검은건반이 힌트가 된다. 피아노에서 어떤 흰건반 사이에는 검은건반이 존재하고, 어떤 부분에선 검은건반이 없기도 하다. 여기서 검은건반이 사이에 있는 두 음이 서로 거리가 넓은 음이고, 검은건반이 없는 두 음이 거리가 좁은 음이다. 즉 검은건반이 없는 E-F와 B-C가 간격이 좁은 음에 해당되고, 나머지 C-D, D-E, F-G, G-A, A-B는 간격이 넓다.
음악에서 간격이 넓은 음을 온음(Whole Tone), 간격이 좁은 음을 반음(Semitone, Half Tone)이라고 부른다. 온음과 반음의 개념을 좀 더 명확하게 알아보기 위해 아래 그림을 참고해보자.
그림과 같이 순차적으로 올라가는 음을 높이가 균일한 순차적인 계단으로 비유하여, 피아노의 흰건반과 검은건반들을 수평으로 나열하면, C부터 B까지 모두 같은 간격의 12개의 계단으로 나타낼 수 있다.
그림과 같이, C와 D 사이는 계단을 두 칸 건너 올라가기 때문에 두 음 사이가 넓다. 반대로 E와 F는 계단을 한 칸만 올라가기 때문에 두 칸을 건넜던 온음보다 간격이 반으로 좁다.
이로써 C에서 B까지의 한 옥타브는 모두 같은 간격의 12개의 계단, 한 칸이 반음이므로 즉 12개의 반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7개의 원음은 배치된 간격에 따라 온음(두 반음)과 반음으로 나열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간격의 나열은 곧 다루게 될 장음계(Major)의 구성으로, 기초 원음에서부터 벌써 조성을 근간으로 하고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온음과 반음은 '음정'과 '음계'를 다룰 때에도 중요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꼭 알아햐 하는 필수 개념이다.
피아노의 건반은 총 88개이지만 (이마저도 많지는 않은 듯하다) 음악에 사용되는 음은 사실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이 12개의 반음이 전부이다. 12개뿐인 음들로 음악을 구성한다고 생각해보면, 생각보다 음악이 단순하다고 느껴질 것이다. 심지어 조성 음악에서는 진행할 수 있는 음의 선택지가 더더욱 적어지는데, 이 속에서 수많은 명곡들이 탄생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더 이상 나올 것이 없어 탈피된 현대음악으로 발전함이 어느정도 이해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