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약간의 계산이 필요하다
7개의 기초 원음에 대해 지난 글에서 다뤘다.
이 기초 원음은 피아노에서 모두 흰건반으로 연주된다. 그렇다면 원음 사이에 있던 검은건반들의 음이름은 무엇일까?
원음 사이의 사이음들은 자체적인 음이름을 가지고 있기보다, 기존 원음을 기준으로 변화표(Accidentals)를 붙여 나타낼 수 있다.
우리는 옥타브가 모두 12개의 반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과, 온음(Whole Tone)과 반음(Semitone, Half Tone)의 개념에 대해 먼저 알아보았다. 온음과 반음을 이해하고 있다면 변화표를 읽는 것은 쉬워진다. 변화표(Accidentals)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기초 원음에 변화표를 붙이게 되면 원음을 기준으로 변화표만큼의(반음 혹은 두 반음) 거리가 멀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샵(Sharp)은 원음에서 반음을 올리는 표이다. 피아노 건반을 보기 앞서 순차적으로 올라가는 12개의 옥타브 계단으로 먼저 확인해보자.
샵이 붙은 음은 그림과 같이 계단 아래에 적힌 원음에서부터 한 칸씩 올라가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피아노 건반의 위치로 다시 보았을 때, C#은 C음에서 반음 올려 바로 옆의 검은건반으로 올라가게 된다. E#의 경우 E에서 반음 올려야 하는데, E와 F는 이미 사이에 검은건반이 없는 반음 관계이므로 E#은 곧 F라는 것을 유념하도록 하자. (마찬가지로 B#은 C이다.)
반대로 플랫(Flat)은 원음에서 반음을 내리는 표이다. 계단을 한 칸 내려가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Cb과 Fb 또한 사이에 검은건반이 없는 반음으로 각 B, E와 동일하다.
더블 샵(Double Sharp)은 원음에서 두 반음을 올리는 표이다. 원음에서 두 반음을 올리면 어떻게 될까.
두 반음은 계단으로 볼 때 두 칸을 건너가는 것인데, Cx의 경우 두 칸을 올리게 되면 검은건반이 아닌 다시 흰건반에 위치하게 된다. 즉 Cx은 D와 동일하다.
더블 플랫(Double Flat)은 원음에서 두 반음을 내리는 표이다.
마지막으로 내추럴(Natural)은 모든 변화표를 해제시키며, 원래의 원음으로 되돌리는 표이다.
여러 가지 변화표를 붙인 음이름을 계산하다 보면 건반 위치는 같지만(같은 소리) 다른 음이름이 오는 경우를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음악 안에서 각 음은 필요에 따라 다른 음으로 표기될 수 있으며, 이렇게 음이름은 다르지만 실제 소리로는 같은 높이의 음들을 '딴이름한소리(Enharmonic, 이명동음)'이라고 부른다.
한 옥타브 내의 12음은 원음을 포함하여 모두 3개의 이명동음을 가지지만, 한 음만 G#=Ab으로 (피아노에서 세 개로 묶인 검은건반 중 가운데) 2개의 이명동음을 가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같은 위치의 음에 여러 개의 음이름을 가지는 까닭은 먼저 조성적 사용에 맞는 표기를 위해서이다. 음악 내 조성에 따라 그 음의 기능이 달라지게 되며, 각 음계에 맞는 변화표가 붙게 된다.
두 번째로, 음악적 뉘앙스에 따라 사용되는 변화표가 달라질 수 있다. 분명 같은 높이의 음이지만 샵을 사용하면 다음 올라가는 음에 가깝게, 플랫은 내려가는 음에 가깝게 느껴진다. 때문에 변화표를 붙일 때 보편적으로 해당음 다음에 진행하는 목적음에 따라 올라갈 경우 자연스럽게 샵을, 목적음이 내려갈 경우 자연스럽게 플랫을 붙이는 것이 관례이다.
악보와 같이 Ab 다음의 음이 G로 하행하므로, b(플랫)을 사용하고, G# 다음의 음이 A로 상행하므로, #(샵)을 붙여 음을 나타낸다.
독일식 음이름은 영/미식 음이름과 같이 알파벳을 사용하여 표기하기 때문에 서로 비슷한 이름이 대부분인데, 예외적으로 영/미식 음이름과 다르게 표기되는 부분이 있다. 특히, 다음과 같이 B를 H로, Bb을 B로 표기하는 것이 독일식 음이름의 특징적인 부분이다. 때문에 음이름이 B라고 표기되었을 때 이 표기가 영/미식인지 독일식인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음이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과거의 몇몇 작곡가들은 사람의 이름을 그 알파벳에 맞는 음이름으로 바꾸어 그 음을 주제로 음악을 만들기도 했는데, 이런 재미있는 시도 중에 대표적인 예로 'BACH 주제(BACH 음형)'를 소개한다. 바로크 시대의 유명한 작곡가 바흐는 그 이름이 독일식으로, 네 개의 음이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 악보화하면 아래와 같다.
이 음형을 주제로 사용하여 바흐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작곡가들도 바흐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곡을 작곡했다고 한다.
Sample_01
1) Robert Schumann - 6 Fugues on BACH, Op. 60 (1845)
2) Fugue No. 6 from Six Fugues on the Name B.A.C.H., Op. 60 - 같은 곡을 현악중주로 편곡하였다. 각 성부를 더 명확하게 들을 수 있다.
3) Franz Liszt - Fantasy and Fugue on the Theme B-A-C-H (1855)
4) Max Reger - Fantasy and Fugue for Organ on B-A-C-H, Op. 46 (1900)
이외에도 슈만의 첫 작품인 'Abegg 변주곡' 또한 사람(아마도 사랑했던 여인)의 이름 'ABEGG'를 음이름으로 사용하여 만든 아름다운 곡으로 유명하다.
Sample_02
Robert Schumann - Abegg Variation Op. 1 (1829-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