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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선 Sep 06. 2017

결혼

아직은 연애와 별다를 바 없는...

내 삶이 여기에 와 있다니...

물론 상상은 많이 했지만 번갯불에 콩 볶듯 그렇게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결혼이었다.


2월에 처음 미국에 올 때 결혼을 염두에 두긴 했었다. esta로 오는 거라 체류 기간은 90일이었고 나는 5월에 떠나야만 하는 상황. 그런데 6월에 호킨스 박사님 관련 이벤트가 있어 나는 거기에 꼭 참석하고 싶었다. 그래서 3월에 가겠다고 했을 때 조나단은 결혼 이야기를 했었다. 자기가 4월이면 괜찮은 직업을 구할 수 있을 거고 그러면 결혼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조나단은 정작 4월에 좋은 직업을 구하지 못했고, 나는 5월에 한국에 가는 대신 태국 수도원에 한 달 다녀왔다. 그리고 6월에 다시 입국하는 과정에서 공항에서 3시간 동안 갇혀(?) 있어야 했다. 태국 이야기와 공항 입국 이야기는 하나씩 따로 쓸 계획이다. 너무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기 때문에...


무튼 입국은 허용됐고, 내게는 다시 90일이라는 체류기간이 주어졌다. 그리고 귀국을 일주일 앞두고 우리는 결혼을 결심했다. 그런데 그 결혼이라는 게 일반적인 의미의 결혼은 아니었다.


단순히 아직은 둘이 더 같이 있고 싶은데, 조나단이 당장 한국 갈 상황은 안되고, 내가 귀국하면 다시 길게 올 가능성은 희박하고, 그래서 데이트 연장선상에서 결혼이란 걸 선택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연애하는 마음 상태 그대로라서 결혼했다고 달라진 것은 없다. 반지를 끼고 있다는 것뿐...

 

물론 영주권 신청 때문에 너무 많은 페이퍼워크와 그 과정에서 서로 자존심 다치는 상황도 좀 있었지만, 그냥 그렇게 지나갔다.


이 삶이 또 어떻게 흘러갈지..이제는 감히 상상도 안 된다.


그나저나 내가 내 고집대로 3월에 왔었다면 아마 6월 이벤트 참석 후 한국에 돌아갔겠지. 당연히 결혼도 안했을 테고, 태국에 가지도 않았겠지.


순간순간 작은 선택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은 내 삶을 만드는 것이다. 나침반의 1도만 틀어져도 그 방향으로 쭈욱 뻗어나가면 처음과 완전 다른 목적지에 닿게 되는 것처럼, 지금 나의 이 선택으로 인해 나의 미래는 얼마나 많이 바뀌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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