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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선 Sep 16. 2017

순간 순간이 모두 기적

내가 기적을 보려고만 한다면...

정확히 일주일 전 기적수업을 가던 길이었다.


미국에서 운전하며 한국과 크게 다르다고 느끼는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중앙에 공유차선(내가 붙인 말)이 있어서 굳이 저 멀리까지 가서 유턴을 하지 않아도 내가 들어가고 싶은 곳으로 바로 갈 수가 있다는 것이다. 몇 주 전에 프레스콧을 갈 일이 있었는데, 거기는 이 곳 세도나와 또 달랐다. 좌회전이 안 돼서 얼마나 먼 길을 가서 돌아왔는지 모른다. 이 얼마나 합리적인가!


또 하나는 커버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골목골목엔 신호등 대신 stop 표지판이 많다는 것이다. 그게 일종의 신호등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표지판이 있으면 다른 차나 사람이 있건 없건 무조건 멈춰야 한다. 그런데 여기는 미국의 작은 시골마을이다. 업타운이나 관광 명소는 관광객들로 붐비지만, 현지인들이 사는 주택가는 정말 한산하다. 그래서 나는 가끔 그 표지판을 무시하곤 했었다.


지난 금요일 아침에 기적수업을 가는 길에도 나는 그랬다. 안그래도 늦은 상태에, 사거리도 아닌 삼거리였고, 작은 골목길이어서, 나는 stop표지판을 전혀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지나쳤다. 그리거 잠시 후 사이렌을 울리며 경찰 차가 따라왔다.


순간 가슴이 철렁했지만, 레팅고할 기회로 그 순간이 인식되면서 그저 감정과 생각, 느낌을 가만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말 그 감정들이 사라졌고, 경찰관도 부쩍 처음보다 친절해진 것 같았다. 다행히 차 안에 면허증도 있었고(원래는 트렁크 안에 있었는데 얼마 전 차에 넣어둠) 혼인신고도 얼마 전에 한 상태라 문제될 만한 상황은 없었다. 경찰관은 다음부터는 이러지 말라며 친절하게 한 마디 하고는 돌아갔다.


그리고 그 순간 내가 또 기적을 경험했구나 싶었다. 하긴, 지금 내가 세도나에 사는 것도, 결혼을 한 것도 모두가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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