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미선 Dec 31. 2017

언제나 장애는 내 안에 있다.

그리고 그 장애는 오직 빛 속에서만 해소될 수 있다.

이 곳에 온 것이 2월 16일, 중간에 한 달 태국에 다녀온 걸 빼고도 9개월 이상을 살았다.


너무나 꿈꾸던 삶이었다. 단지 이 곳, 세도나에서 사는 것. 여행을 왔다가 살고 싶어진 건 맞지만 또 백 퍼센트 맞는 말은 아니다. 외국에서 2년 간 살아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여행과 삶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여기는 그냥 막연하게 여기서 살게 될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이민 올 여건은 무엇 하나 갖춰진 것이 없었고, 돈도 없었고, 영어도 못하는 내가 과연 어떻게 여기서 살 수 있을지는 알지 못했다.


유일하게 가능한 방법이 결혼을 통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프로포즈 받은 적도 있지만 결혼을 이민의 수단으로 삼을 만큼 억지를 써야 할 이유 또한 없었다. 그 사람에게 전혀 호감이 가지 않았으니...


그런데 결론적으로 나는 지금 결혼을 했고, 영주권을 신청해놓은 상태이다. 그리고 여기 살면서 정말 많은 내 안의 장애를 마주하고 있다. 일단 영어가 유창하지 않다 보니 자꾸 주눅이 든다. 나는 매우 외향적인 사람인데, 언어가 안 되다보니 사람들 만나는 게 꺼려지는 것이다. 여행으로 몇 주 정도 왔을 때는 언어가 안 돼도 그냥 막 부딪쳤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하는 게 부끄럽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이다. 나는 자꾸 집에만 있으려고 하고, 그건 나를 또 우울하게 만들고, 신랑한테 의지하게 되고...악순환이다.


또 하나는 일을 할 수 없다는 거다. 워크퍼밋이 안 나와서이기도 하지만, 워크퍼밋 나오면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우선적으로 언어가 유창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서 가끔 지인의 집 청소를 부탁받아 해 주곤 하는데 그게 또 엄청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다. 도대체 내가 왜 여기서 “이런” 일을 하고 있어야 하는지 신세한탄도 하고 모든 게 신랑 탓인 양 원망도 한다. 물론 속으로...


그렇게 몇 달 째, 내 안에서 올라오는 엄청난 부정적인 생각들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중이다. 물론 순간순간 모든 게 내맡겨진 것처럼 착각이 들 때도 있다. 어떤 일이든, 어떤 상황이든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 때도 있고, 단지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해 가슴이 벅차오를 때도 있고, 그 모든 것을 초월할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할 때도 있다.


하지만 한번씩 습관적인 생각이 올라오면 나도 모르게 또 우울의 늪으로 빠져 부정성에 허덕이곤 한다.


이 세상에 우연은 없다고 했다. 내가 지금 겪는 일이 내게 장애가 될지 디딤돌이 될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이 상황을 다르게 보기로 결심했다. 내가 만약 이런 상황에 있지 않았다면 내 안에 있는 차별을 볼 수 있었을까? 이것은 그 차별적 생각을 내맡기고 모든 생명 안에서 신성을 보기로 선택할 수 있는 더없이 소중한 기회이다.


작가의 이전글 무조건적 사랑이 되기 위해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