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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선 Jan 05. 2018

지금 내가 누리는 것이 진정 축복

있을 때 잘하자

세도나에서 살 수 있다는 건 분명 엄청난 축복이다. 감히 말로 다 표현이 안 될 만큼의 축복이다. 그런데 사람이라는 존재가 가진 것에 만족하기보다는 갖지 못한 것에 불만을 표하는 게 더 쉬운 법이다. 의식적으로 깨어 있지 않으면 너무나 쉽게 동물본성에 끌려간다.


지금의 나는 내 미래에 대해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막연한 느낌? 직관 같은 건 있는데, 그건 내가 여기 살게 될 거라는 것이다. 2년 쯤 전부터 그런 막연한 생각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걸 위해 무언가 행동을 취하거나 하진 않았다.


그런데 지금 여기에 와 있다. 아마 내가 무언갈 해보려고 애를 썼다면, 오히려 전혀 엉뚱한 곳에 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온라인 관련 사업을 해보려고 했던 것, 결과적으로 지금은 아예 그걸로 돈을 벌겠다는 마음을 접었지만, 애초에 그게 없었다면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에 올 생각을 못 했을 것이다. 그때 당시에는 미국에 와서 3개월 정도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단순한 계산이 있었기에 과감히 이 길을 선택할 수 있었다.


또한 애초 계획대로 2월이 아닌 3월에 왔다면, 아마 6월 세미나 이후 한국에 돌아갔을 것이다. 3개월은 결혼을 결정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기에...


5월에 태국에 가면서 조나단과 잠시 헤어지기로 했던 것, 친구로 지내기로 한 것 역시 말 그대로 신의 한 수였다. 조나단이나 나나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들인데, 그때 우리가 연인사이였다면 세컨드리룸에서 나는 한국으로 보내졌을 것이다.


조나단이 결혼에 대해 망설일 때 내가 큰소리치며 자신있다고 했던 것 역시 내 의지는 아니었다. 남자가 망설일 때 보통의 나라면 자존심 상해서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할 사람이니까...


결국 그 모든 과정은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내가 여기 있을 수 있게 만들어 준 여정이었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그 과정에 나보다 더 큰 어떤 힘이 개입되었다고...


우리는 여전히 여러 가지 도전 과제를 맞닥뜨리고 있고, 어쩌면 계속해서 세도나에 살 수 있을지 어떨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내가 힘을 빼고 삶에 나를 온전히 맡길 때 가장 자연스러운 삶이 펼쳐질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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