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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선 Jan 05. 2018

큰 것을 결정하는 것은 사소한 것이다

사소한 것을 소홀히 하면서 큰 것을 이룰 수는 없다.

저녁을 먹은 후 설거지를 하면서 서운함이 올라왔다. 어제 왼쪽 약지를 다쳤는데 대일밴드를 감고 있어도 물에 손을 대면 미칠 듯이 따가운 것이다. 하물며 세수도 한 손으로 하는데 설거지는 말해 무엇하랴.


어제 손가락을 다칠 때 조나단도 함께 있었고, 휴지를 오랫동안 감고 있은 후에야 지혈이 될 정도로 피도 많이 났는데 조나단은 거의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게 꼭 내게 관심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조나단이 원래 그런 일에 큰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도 몇 달 전 손을 다쳤는데 약지 손톱이 검어질 정도였는도 개의치 않았다.


오늘 점심엔 밥 먹은 후 설거지를 부탁했었다. 그런데 워나 덤벙대는 스타일이고 깔끔하지 못해서 뭔가 내가 한 번씩 더 해야 하는...그래서 저녁엔 그냥 내가 해야지 하고 하는데, 한 손으로 하려니 불편하고 짜증도 좀 났다. 그런데 조나단이 계속 내 주위를 어슬렁거리면서도 나를 도와줄 기미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설거지가 다 끝나갈 때쯤 도와준다고 하는데 갑자기 성질이 나서 됐다고 내가 마무리했다.


좀 시간이 지난 후, 그에 대한 서운함이 얘기하며 원래 여자들은 상대가 관심을 주지 않는다고 느낄 때 화가 난다고 말했더니 자기는 그런 관계를 원하지 않는단다. 영적인 관계를 원한다고 하는데 울컥 분노가 올라왔다. 나 역시 단순한 남녀관계가 아닌 영저으로 성장할 수 있는 관계를 원한다.


그런데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어려울 때 도와주고 하는 것이 바로 성인들이 말하는 친절이고 사랑의 태도가 아닌가.


혼자 가만히 생각하다보니, 내가 그동안 조나단에게 화가 났던 경우들이 다 비슷한 경우라는 게 보였다. 바로 상대방이 사랑 아닌 태도를 보일 때 나는 그에 대해 분노로 대응했던 것이다. 물론 내가 사랑 아닌 태도일 때 조나단 역시 마찬가지였고...


해결책은 역시나 내가 사랑이 되는 것이다. 사랑 아닌 모습도 사랑 안에 녹여버릴 수 있을 만큼의 큰 사랑.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반성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작은 관심이 내가 그들을 사랑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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