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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선 Jan 27. 2018

관계에서 중요한 것

지지하지 않을 거라면, 좀 비켜주시죠.

오스틴에서 기꺼이 우리의 호스트가 되어 준 멜리사와 조이. 이들 커플은 작년 여름에 세도나에 왔었다. 그때 이들이 커플 사이라는 걸 알았지만,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알 수 없어 그냥 혼자 짐작만 했었다. 조나단은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상대방이 먼저 얘기하지 않으면 물어보지 않는 스타일이라 그냥 그런가보다 했지만 내심 속으로는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둘 다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엄마와 아들 뻘 커플이다. 실제로 멜리사는 쌍둥이 딸들이 결혼하여 외손주가 7명이나 있는 할머니이다. 조이는 조나단 또래이니 30대 초반이거나 중반쯤 됐을 거다.


이번에 이들 집에 묵으면서 자연스레 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냥 커플이었다. 보통 커플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커플이었다.


몇년 전 멜리사는 매우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해서 오랜 시간 엄마의 보살핌으로 살았다. 병원에서는 사고 방향이 아주 조금만 틀어졌었으면 휠체어 생활을 해야만 했었을 거라고 했다. 살아난 게 기적이었다. 오랜 시간 침대 생활을 하다가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되었을 때 세도나로 이사가는 친구 파티에 갔다가 조이를 만났다. 그 후 박사님 스터디 그룹에서 만났는데 거동이 불편한 멜리사를 조이가 많이 도와줬고, 데이트 신청까지 하게 된 것이란다.


멜리사는 당연히 거절했었지만, 내적성찰을 해 보니 거절 이유가 단순히 사람들 시선 때문이라는 것을 인식하고는 데이트 신청을 받아들였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응원하는 사람들보다는 판단하고 정죄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멜리사는 장례식에 갔고 조이와 조나단과 조나단 아버지 로이 집에 다녀오던 중, 조나단은 다른 친구와 요새 연락하는지 물었다. 과거에 조나단이 오스틴에 살 때는 늘 함께 어울리던 무리 중 한 명이었다. 조이의 대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멜리사와 나의 관계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과 관계를 유지할 필요는 없어.

무엇이 그들을 연결하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그들이 어떤 인연으로 묶여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너무나 진심으로 사랑으로 존재하고 있다. 엄청난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보이진 않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가 그들을 묶고 있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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