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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선 Jan 29. 2018

기적수업 27과

나는 무엇보다도 보기를 원한다.

열흘 간 머물렀던 오스틴을 떠나는 날이다. 조나단 어머니가 공항에 태워다 주겠다고 아침 일찍 오셨다. 조나단 어머니도 아버지도 조나단에게 각자의 집에서 묵으라고 하신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조나단은 한사코 다른 집을 찾았다. 물론 도반의 집에 머무르는 게 여러 모로 더 좋다. 나는 당연히 더 편하다. 하지만 조나단 어머니 아버지를 뵐 때마다 뭔가 송구스럽고 그랬다.


이번 여행을 하며 조나단의 대책없음을 많이 받아들이게 됐다. 당장 내일 어디를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그런 상황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보니 너무나 많은 불만과 짜증이 올라왔고 기어코 하루는 대판 싸우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게 지금 내가 배워야 할 것이라는 앎이 있었다. 사실 돈 주고도 배울 수 없는 거 아닌가. 하루만 사는 삶!


아침부터 오늘의 수업을 내내 마음에 품고 기억하려 노력했다. 공항가는 길에는 조나단이 운전했는데 길을 알려주는 어머니와 옥신각신했다. 조나단이 어머니를 대하는 태도는 내게서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오늘의 수업을 적용하면 마음이 스르르 거라앉곤 했다.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은 그들의 일이다. 그들의 카르마대로 주고받고 하는 것이다. 당연히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고, 내가 판단할 일도 아니다. 그렇게 받아들이고 나니 그들 사이의 불편한 에너지 속에서도 기도로 있을 수 있었다.


나는 무엇보다도 보기를 원한다. 이 세상이 있는 그대로 완벽한 것임을, 먼지 한 톨까지도 각자의 카르마대로 펼쳐지고 있는 것임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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