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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선 Jan 30. 2018

기적수업 29과

하나님은 내가 보는 모든 것 안에 계신다.

지금 상황이 기회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올라오는 두려움에 저항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갖고 수행에 집중하고자 하였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서는 뭐라고 말로 할 수 없는 기분나쁜 에너지가 한동안 지속되었고, 나도 모르는 사이 또 스스로 미래를 계획하고 있는 나는 발견하였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내맡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장애가 무엇인지 드러내달라고 기도했다.


당장 내일이 이 집에서 보낼 마지막 시간이다. 30,31일은 크리시의 결혼선물로 리조트에서 지내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곤 2월 1일부터 새로운 거처가 필요한데 아직 그럴 만한 장소를 구하지 못했다. 그래서 디아에게 혹시 렌트할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 뭔가 텍스트에서 짜증나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당연히 나도 같이 짜증이 올라왔는데, 그냥 이게 주님의 뜻이 아닌가보다 싶었다.


그리고 제인(집 주인)이 집을 사기로 한 사람이 문제거 생겨 날짜가 연기될지도 모른다고, 만약 그렇게 되면 우리는 여기서 더 머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 모르는 일이다.


홀리스코스채플 떼제에 참석했는데 기도 중 아침에 했던 기도에 대한 답이 생각으로 떠올랐다. 지금 뭔가 늪에 빠진 것 같은 이 상황은 물론 한 가지 원인에 의한 것만은 아니겠지만, 어린 시절의 모습이 떠올랐다. 낮에 조나단이랑 얘기하며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짐 풀고, 다시 싸고 하는 과정이 싫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어린 시절 이 집 저 집 떠돌이 생활을 했던 그때가 떠올랐다.


엄마 아빠 모두 집을 나가고, 오빠들은 각자 살고, 언니들에게 일을 시켜주겠다며 데려간 고모네로 나도 따라갔었다. 언니들은 공장에 다녔는데 고모네 집에 붙어 있는 단칸방에 살면서 돈도 냈던 것 같다. 그런데 고모의 잔소리가 너무 심해서 언니들은 나를 두고 자기들끼리 도망을 쳤다. 나 하나쯤이야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고모가 돌봐줄 거라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그때가 4학년이었으니 졸업하면 언니가 데려가려고 했다는데, 고모는 나를 아빠 혼자 돌아와 살고 있는 시골 집에 보내버렸다.


아빠는 아마 그때 이미 정신이상증세가 있었던 것 같다. 기억나는 내용은 없지만 뭔가 혼잣말하고 그런게 너무 무서워서 엄마한테 제발 나를 데려가달라고 사정하는 편지를 썼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엄마는 나를 외갓집에 데려다 놓았는데 내게는 외할머니가 너무나 무섭고 싫은 존재였다. 그래서 5학년 방학 때 몰래 집을 나와 서울에 가 있는 언니를 찾아갔다. 방학 내내 서울에 머물다가 개학을 해서 외갓집에 돌아가야 하는데 정말 죽을듯이 가기가 싫었다.


언니는 나를 외갓집까지 데려다주지는 않고 단양 기차역까지 데려다 주었다. 떠나는 언니를 붙잡고 울고불고 악을 썼던 기억이 난다.


그 후 얼마 안 지나 언니가 서울로 나를 전학시키긴 했지만, 2년 여 동안 고모 집과 아빠 집, 외갓집을 오가며 어린 나이에 너무나 서러워했던 기억이 기도 중 떠오르며 내가 그때 그 시간을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각이 들었다.


내 주위 사람들 모두에 대한 크고 작은 원망이 가득 쌓여서 피해자놀이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곤 오늘의 기적수업이 떠올랐다. 내가 보는 모든 것 안에 하나님이 계신다. 그렇다면 지금 생각으로 보고 있는 나의 이 과거에도 하나님이 계신다. 하나님의 눈으로 나의 과거를 보면 어떨까? 여전히 거기에 원망과 용서못함이 있을 수 있을까?


이렇게 또 한 더미가 해소되어간다. 어둠의 자리에 빛을 비추어 진실이 드러나게 한다. 진실은 언제나 사랑은 존재한다는 것. 내가 좀더 성숙했더라면 그 상황에서 피해자가 되는 대신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행동에 옮겼을 것이다. 마냥 울고 떼쓰고 하는 거 말고 말이다. 그 자리에도 당연히 사랑이 있었다. 내가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


그렇게 마음으로 그 시간의 그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과 축복의 기도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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