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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선 Feb 03. 2018

내가 만든 세상, 만들 세상

기적수업 32과

제 32 과
내가 보는 세상은 내가 지어냈다.

오늘 우리는 원인과 결과라는 주제를 계속 전개해간다. 네가 보는 세상은 네가 지었기에 너는 세상의 희생자가 아니다. 너는 세상을 만든 만큼이나 쉽게 세상을 포기할 수도 있다. 너는 원하는 대로 세상을 보거나 보지 않게 될 것이다. 세상을 원하는 한 너는 세상을 볼 것이다. 네가 더 이상 세상을 원하지 않을 때, 네가 볼 세상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8년 째이다. 기적수업을 하는 것이 올해로 8번 째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기적수업의 초반 개념조차 내면화하지 못했음을 시인할 수밖에 없다.

내가 보는 세상을 내가 지어낸 것이라는 이 개념을 나는 오직 머리로만 이해하고 있을 뿐, 내밀한 나의 생활에 이를 적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처음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이 개념에 저항이 있다. 저항이 정도가 어느 정도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기적이 크고 작음이 없는 것처럼 저항도 마찬가지다. 전부이거나 아니거나.

나는 시인할 수밖에 없다. 나는 아직 이 개념을 배우지 못했다.

2박 3일 결혼선물로 받은 리조트에 묵었고 오늘은 체크아웃하는 날이다. 인터넷 찾아보니 할인가가 400달러가 넘는 리조트였다. 이 리조트에서 일하는 크리시가 할인받아서 그 할인가조차도 본인이 결제하고 선물로 준 것이었다.

호박사님 디스커션 그룹에 참여하는 거 외에는 전혀 교류가 없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내가 영어가 유창해서 대화를 많이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일주일에 한 번 모임에 나가서 얼굴 보는 게 다인데, 이렇게 큰 선물을 받다니...

그런데 요즘 너무 많은 저항이 올라오는 가운데 있다 보니 그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엄청 느껴지거나 하는 대신 뭔가 불평거리들이 자꾸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일찌감치 체크아웃을 하고 스파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낼 계획을 조나단은 역시나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 심지어 나는 스파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지도 몰랐다. 첫날 살펴본 안내문에는 여러 마사지 가격이 나열되어 있었을 뿐, 스파 이용에 대한 설명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첫날 둘째날 우리 둘 다 상태가 메롱이라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에너지 자체가 없었다. 그리고 조나단은 오늘 아침에서야 좀 정신을 차리고 스파를 하러 가자고, 이미 욕조에 들어앉은 나를 재촉했다.

뭔가 갑작스러운, 내 예상에 없던 일을 맞이할 때 이 에고는 성질을 부린다. 심지어 그게 오늘처럼 매우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무료로 스파를 이용할 수 있다니,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 일인데, 미리 내게 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 에고는 온갖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그 생각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렇게 나를 배려하지 않는 너와 함께할 수 없어! 하는 게 에고의 결론이다. 한편으론 우습고 한편으론 어이없고...

그래도 오늘은 그 에너지와 동일시되는 대신 지켜볼 수 있는 힘이 있어서 궁시렁거리는 에고를 달래어 스파를 하러 갔다. 자쿠지와 사우나, 수영장 등 마음껏 이용할 수 있고, 온갖 종류의 차와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사과와 오렌지, 정말 천국이 따로 없었다. 스리랑카에 있을 때, 호텔 가면 누릴 수 있었던 그런 풍경들을 오랜만에 만끽하면서 내가 보는 세상을 내가 지어냈다는 오늘의 수업을 생각했다.

내가 보는 세상을 내가 지어낸 거라면, 얼마든지 내가 바라는 모습의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거 아닌가! 지금 이 순간 누리고 있는 이 호화롭고 평화로운 시간도 내가 지어낸 거 아닌가? 사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하룻밤 400불이 넘는 리조트에서 우리가 이틀을 지낸다는 건 현재 우리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여기 있다.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내 관점과 내 시야와 내 생각은 엄청난 한계가 있다. 그러나 나는 그 한계에 갇힌 제한된 존재가 아니다. 내 관점을 포기할 때 내 삶은 무한한 가능성 가운데 있게 된다.

이 리조트의 경험은 어떻게 보면 별 거 아니지만, 요즘 우리가 기도하는대로 우리는 무한한 잠재성을 가진 존재임을 잠깐 보여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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